[뮤지컬 리뷰] 무대 오른 웹툰, 숨 가쁘게 질주하네

입력 : 2015.07.07 03:00   |   수정 : 2015.07.07 15:04

신과 함께

뮤지컬‘신과 함께—저승편’에서 사자(死者)들의 영혼이‘저승 열차’를 타고 가는 모습. /서울예술단 제공
뮤지컬‘신과 함께—저승편’에서 사자(死者)들의 영혼이‘저승 열차’를 타고 가는 모습. /서울예술단 제공
무대 위엔 윤회를 상징하는 지름 17m의 거대한 바퀴 모양 설치물이 비스듬히 놓여 있다. 바닥엔 80㎡ 크기 LED 스크린이 지옥의 풍경을 그려낸다. 박동우(무대 디자인)와 정재진(영상 디자인)이 만든 압도적인 무대 장치는 그 자체로 예술품이었다. 요란할 정도로 화려한 조명과 긴박한 음악, 뮤직비디오를 방불케 하는 숨 가쁜 장면 전환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창작 가무극(歌舞劇)이 전공인 서울예술단이 모처럼 볼만한 뮤지컬을 내놓았다. 뮤지컬 '신과 함께―저승편'(주호민 원작, 김광보 연출)은 인기 웹툰을 극화한 작품이다. 소심하고 평범하게 살던 39세 회사원 '김자홍'이 장가도 가보지 못한 채 과로사하고, 저승 여행을 떠난 그의 운명은 49일 동안 펼쳐지는 일곱 번의 '재판'을 통해 결정된다. 칼이 산을 이룬 도산(刀山) 지옥, 물이 펄펄 끓는 화탕(火湯) 지옥, 얼음 속에 갇히는 한빙(寒氷) 지옥 같은 무시무시한 곳들을 지나야 하는데, 저승의 국선 변호사 '진기한'이 그를 도와주며 '정의 구현'을 외친다.

김광보의 연출은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소재를 신선한 유머와 힘이 넘치는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저승은 철저히 이승의 복사판처럼 묘사된다. 악인이 하도 많아 지옥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것이 사회 문제가 되고, 판관의 근무 태만으로 하루 중 마지막 재판은 승소율이 98%에 이른다. 커피숍 '헬벅스', 검색 사이트 '주글', 분식집 '김밥지옥'이 등장하는 깨알 같은 재미도 있다.

송용진(강림도령), 김다현(진기한) 등 만화 주인공처럼 분장한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는 시종 관객을 즐겁게 했다. 귀에 쏙 들어오는 삽입곡은 드물었지만 긴박감과 서정성이 효과적으로 표현된 음악은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서울예술단의 한국적인 군무가 제대로 빛을 봤다. 한빙지옥 재판관이 무수한 못 자국이 있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저게 다 네가 부모 가슴에 박은 못이다!"라고 외칠 때는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이 보였다.

▷1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연 시간 175분, (02)523-0986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