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24 23:41
고전일수록 '품평'은 어렵다. "어디다 대고 감히?" 힐난 듣기 십상이다. 그래서 도전했다. 1975년 초연됐고 1996년 리바이벌 버전이 지금까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명품 뮤지컬 '시카고'. 12년 만의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다음 달 8일까지 열린다.
메르스 파동에도 객석을 꽉꽉 채운 관객은 '시카고'의 명성을 실감케 했다. 20·30대 여성 관객이 90%에 육박하는 다른 뮤지컬 공연장처럼 로비에서부터 뒷머리 긁적이며 뻘쭘해지지 않아도 될 만큼 중장년 관객이 많다. 매혹적인 표정의 여인이 망사 스타킹 신은 다리를 일자로 벌리고 앉은 포스터에 가슴 설레지 않을 남성 있을까.
그러나 '세평'은 갈라졌다. "과연 최고!"라는 찬사를 보내며 본토 뮤지컬에 열광하는 관객과 "기대가 너무 컸나?" 하며 하품하는 관객으로. 줄거리를 보자. '재즈의 시대'인 1920년대 미국에서도 화려한 도시 시카고가 무대다. '만나면 반갑다고 총 쏘는' 험악한 곳이다. 게다가 교도소다. 별의별 사연으로 남자들을 죽이고 감옥에 들어온 여성 사형수 8명과 말로는 '오직 사랑'을 외치지만 '오직 돈'밖에 모르는 사기꾼 변호사 그리고 스캔들이라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옐로 페이퍼 기자들이 펼쳐보이는 요지경 세상이다.
'착한 척'하지 않으면서 세태를 풍자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대공황 이전 향락과 소비가 넘치던 시대, 대중은 추문(醜聞)에 탐닉하고 자극적인 뉴스가 유흥거리로 둔갑한다. 모리배들은 법과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어 돈을 번다. 교도소 여성 재소자 중에서 변호사 빌리 플린이 관심을 갖는 건 더 자극적인 소재, 요즘 개념으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대로다.
음악과 안무의 완성도도 매우 높다. '올 댓 재즈' '록시' 같은 유명한 삽입곡을 원어로 듣는 매력이 있는데, 여성 재소자들이 온갖 못난 남자들 때문에 고생하다 수감된 사연을 털어놓으며 무죄라고 외치는 '셀 블록 탱고'는 단연 압권이다. 여동생과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벨마 켈리의 사연은 끔찍한데, 탱고 선율 덕분에 그조차 흥겹게 들린다. 여성 관객에겐 대리만족, 희열을 느끼게 할지 모르지만 아내와 함께 극장 온 남자들은 모골이 송연해진다.
메르스 파동에도 객석을 꽉꽉 채운 관객은 '시카고'의 명성을 실감케 했다. 20·30대 여성 관객이 90%에 육박하는 다른 뮤지컬 공연장처럼 로비에서부터 뒷머리 긁적이며 뻘쭘해지지 않아도 될 만큼 중장년 관객이 많다. 매혹적인 표정의 여인이 망사 스타킹 신은 다리를 일자로 벌리고 앉은 포스터에 가슴 설레지 않을 남성 있을까.
그러나 '세평'은 갈라졌다. "과연 최고!"라는 찬사를 보내며 본토 뮤지컬에 열광하는 관객과 "기대가 너무 컸나?" 하며 하품하는 관객으로. 줄거리를 보자. '재즈의 시대'인 1920년대 미국에서도 화려한 도시 시카고가 무대다. '만나면 반갑다고 총 쏘는' 험악한 곳이다. 게다가 교도소다. 별의별 사연으로 남자들을 죽이고 감옥에 들어온 여성 사형수 8명과 말로는 '오직 사랑'을 외치지만 '오직 돈'밖에 모르는 사기꾼 변호사 그리고 스캔들이라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옐로 페이퍼 기자들이 펼쳐보이는 요지경 세상이다.
'착한 척'하지 않으면서 세태를 풍자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대공황 이전 향락과 소비가 넘치던 시대, 대중은 추문(醜聞)에 탐닉하고 자극적인 뉴스가 유흥거리로 둔갑한다. 모리배들은 법과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어 돈을 번다. 교도소 여성 재소자 중에서 변호사 빌리 플린이 관심을 갖는 건 더 자극적인 소재, 요즘 개념으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대로다.
음악과 안무의 완성도도 매우 높다. '올 댓 재즈' '록시' 같은 유명한 삽입곡을 원어로 듣는 매력이 있는데, 여성 재소자들이 온갖 못난 남자들 때문에 고생하다 수감된 사연을 털어놓으며 무죄라고 외치는 '셀 블록 탱고'는 단연 압권이다. 여동생과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총으로 쏴 죽였다는 벨마 켈리의 사연은 끔찍한데, 탱고 선율 덕분에 그조차 흥겹게 들린다. 여성 관객에겐 대리만족, 희열을 느끼게 할지 모르지만 아내와 함께 극장 온 남자들은 모골이 송연해진다.
문제는 '이야기'다. 춤과 노래, 배우들의 포스 넘치는 연기력에 눈과 귀는 즐거운데 감동이 없다. 잘생긴 남자들의 식스팩과 여자들의 풍만한 가슴으로 무대는 현란한데, 온몸을 전율케 하는 '드라마'가 없다. 철 지난 작가의 한물간 소설을 번역투로 읽는 느낌이랄까?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미국식 유머에 객석 반응이 썰렁하자 배우들이 오히려 당황해 한다.
★공연 담당 기자(유석재)의 포인트!
지난해 공연된 국내 라이선스판 '시카고'와 비교해 보면 한국 배우들의 팔다리가 조금 짧다는 것 말고는 오리지널 내한 공연팀과 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벨마 역 최정원과 록시 역 아이비는 오히려 몇몇 장면에서 더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줬다. 우리나라 뮤지컬 수준이 상당히 높은 곳에 와 있다는 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역으로 입증해준 셈이다.
★공연 담당 기자(유석재)의 포인트!
지난해 공연된 국내 라이선스판 '시카고'와 비교해 보면 한국 배우들의 팔다리가 조금 짧다는 것 말고는 오리지널 내한 공연팀과 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벨마 역 최정원과 록시 역 아이비는 오히려 몇몇 장면에서 더 뛰어난 가창력을 보여줬다. 우리나라 뮤지컬 수준이 상당히 높은 곳에 와 있다는 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역으로 입증해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