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환상의 무대

입력 : 2015.06.08 09:38
'만고절창(萬古絶唱)이라는 수식이 절로 나왔다.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중 아리아 '오묘한 조화'의 부드러운 선율을 묵직하게 뚫고 나오는 중후한 목소리는 오케스트라 반주와 오묘한 조화를 이루며 귓가에 감겼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스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46)은 만고에 비길 데가 없는 뛰어난 명창(名唱)이었다. 사전에 없는 '절창(切唱)'이라는 단어를 만들고 싶을 정도로 애끓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2500석 대형 공연장 곳곳에 그 여운이 흘러넘쳤다.

흔히 청중이 테너를 떠올릴 때 생각하는 티 없이 맑은 목소리와 달리 다소 탁한데, 그래서 노래의 강약이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강하게 불러야 하는 부분의 목소리는 단단하게 자리 잡았고, 약하게 부르는 부분도 가시지 않는 운치가 있다 보니 리듬도 생겼다. 곡의 드라마틱한 해석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카우프만은 7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약 2시간30분 동안 펼쳐진 첫 내한공연에서 이처럼 '사람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라는 말을 내내 실감케 했다.

최근 성악 콘서트 중 최고라 할만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불안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청중들은 곡이 끝날 때마다 말 그래도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카우프만의 정중하면서도 무게 있는 목소리는 그럼에도 다양한 색깔을 품었다. 폰키엘리 오페라 '라조콘다' 중 '시간의 춤'을 부를 때는 우아했으며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중 '어머니, 포도주 맛이 참 좋군요'를 들려줄 때는 감수성이 넘실댔다.

2막에서 비제 오페라 '카르멘' 중 아리아 '꽃의 노래, 이 꽃을 당신이 던졌었지'의 해석은 특히 드라마틱했으며 마스네 오페라 '베르테르' 중 아리아 '봄바람이여, 어째서 나를 깨우는가'는 힘이 넘쳐났다.

'스타 테너'답게 무대 매너, 연기력과 표현력 등을 비롯한 쇼맨십도 일품이었다. 청중의 환호에 매번 공연장 구석구석을 눈빛으로 살피며 정중히 감사해했다. 뛰어난 외모도 진즉부터 화젯거리였는데 이날 콧수염과 턱수염을 단정히 기르고 턱시도를 깔끔하게 입은 채 환호에 '꽃미소'로 화답하는 그를 볼 때마다 청중은 감탄사를 쏟아냈다.

게스트로 나선 소프라노 홍혜경은 자신의 무대에서 청아한 목소리로 중후한 목소리의 카우프만 무대와 조화를 이뤘다. 지휘자 요헨 리더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경쾌하고 역동적으로 이끌며 카우프만에게 든든한 힘을 보탰다.

약 30분 동안의 앙코르가 화룡점정이었다.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살바토레 카르딜로의 '무정한 마음' 등 준비한 앙코르곡 5곡을 청중의 환호에 기쁜 마음으로 모두 소화했다. 홍혜경과 함께 부른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도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듀엣 무대였다.

특히 마지막 앙코르 곡인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아리아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부를 때는 360˚ 돌며 합창석 청중까지 살폈다. 본 공연이 끝나자마자 청중의 약 절반가량이 기립 박수를 보냈는데 앙코르 중 십여 차례 커튼콜이 거듭될 때마다 관객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더니 막판에는 거의 모든 청중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시대를 풍미한 루치아노 파바로티·호세 카레라스·플라시도 도밍고, 3대 테너를 잇는 스타 테너로 단연 카우프만을 제일 먼저 꼽을 수밖에 없게 만든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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