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웃기는 개그팀 '옹알스' 코미디언 최초 예술의전당 공연
"설 자리 없어 택했던 해외 진출, 이젠 초청 받아 가네요"
"너희 영국서 공연 요청 왔는데 여비가 없다며? 얼마 필요해?" 2012년 4인조 개그 퍼포먼스팀 '옹알스'의 리더 조준우(37)는 선배 개그맨 전유성의 느닷없는 전화를 받았다. 엉겁결에 "1000만원요"라고 대답하자 전유성은 이렇게 말했다. "계좌번호 보내."
말 대신 몸으로 웃기는 난버벌(non―verbal) 개그를 하는 옹알스는 그때 이미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알려진 팀이었다. 2010년부터 무작정 참여한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2년 연속 최고 평점을 받으면서 섭외가 이어졌지만 비행기표 마련도 벅찼다. 그런 중에 전유성의 도움으로 옹알스는 또 한 번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갔고 수천 개의 참가 팀 중 '톱 12'에 들었다.

옹알스는 코미디언으로는 처음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섰다. 지난 2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지난 3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옹알스 멤버들은 "에든버러 이후 중국, 일본, 두바이 등에서 초청이 이어지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가 다른 세계 각국 사람들을 웃기는 이들의 주 무기는 아기 흉내다. 저글링·마임·비트박스에 마술까지 온갖 기교를 활용해 옹알이를 하는 아이의 행동을 재치 있게 묘사해 웃음을 이끌어 낸다. 다 큰 남자들이 젖꼭지를 물고 기저귀를 찬 채 무대에 오를 때부터 폭소가 터진다. "아기들의 행동은 어디서나 비슷하잖아요. 어떤 관객이든 우리 개그에서 아기의 행동을 떠올리며 웃는 거죠."
KBS 공채(조준우·조수원·채경선)와 SBS 공채(최기섭) 출신이 2006년 결성한 옹알스는 '개그콘서트' 등에 출연했지만 말장난 위주의 방송 코미디판에서 이들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설 자리는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택한 해외 진출이 반전 계기가 됐다. 작년엔 에든버러와 캐나다 '저스트 포 래프(Just for laughs)'와 함께 세계 3대 코미디 축제로 꼽히는 호주 멜버른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500여 참가 팀 중 7개 팀만 상을 받는데, 옹알스는 연출자들이 주는 '디렉터스 초이스(Director's choice)' 상을 받았다.
덕분에 올해 멜버른 페스티벌에선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멜버른 아트센터의 코미디 전용 극장에서 유료 공연을 열었다. 350석짜리 극장이 매일 꽉 찼다. 한국에 오니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이 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난 여기선 유명해도 호주에선 아무도 모르는데, 너희는 반대더라!" 예술의전당에서 이들의 대관 신청을 받아들인 것도 이런 성과 덕분이다.
어느 정도 위치를 다진 것 같은데도 이들은 "걸음마하는 단계"라고 한다. "한국뿐 아니라 세상엔 우릴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교과서에 옹알스가 실릴 때까진 사람들을 웃겨보려고요." 공연 문의 (02)580-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