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지친 未生들, 일탈할 준비 되었는가

입력 : 2015.06.04 00:58

[덴마크産 무언극 '블램!' 미리 보니]
옷걸이 기관총·정수기 괴물 등 무료한 일상, 액션 영화처럼 표현

무대는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같은 평범한 사무실이다. 극 시작 후 10분 넘게 이들의 무료하기 짝이 없는 일상이 펼쳐진다.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다 전화를 받고, 상사의 잔소리를 듣다가 기지개를 켠다. 몰래 휴지나 볼펜 던지기 놀이를 통해 소심하게 '저항'하던 회사원 세 명은 상사가 자리를 뜨자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서류함 속의 서류를 무대 가득 뿌리는 장면에서부터 사무실은 떠들썩한 난장(亂場)으로 바뀐다.

11일부터 첫 내한 공연을 갖는 덴마크산(産) 무언극 '블램(BLAM·의성어 '빵''탕'에 해당)!'은 따분한 사무실에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를 위한 향연과도 같은 작품이다. 전회 매진의 기록을 세웠다는 2013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 동영상을 미리 봤더니, '블램!'은 사무실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소품만으로 꾸민 '어른들의 놀이극'이었다.

사무실을 배경으로 일탈과 환상을 꿈꾸는 덴마크산 논버벌 퍼포먼스 ‘블램!’ /LG아트센터 제공
사무실을 배경으로 일탈과 환상을 꿈꾸는 덴마크산 논버벌 퍼포먼스 ‘블램!’ /LG아트센터 제공

정수기 물통과 탁상 전등이 합체해 우주 괴물이 되고, 옷걸이는 대형 기관총으로 변신한다. 뒤늦게 돌아와 이소룡식(式) 무술로 부하들을 제압하려는 상사의 시도는 오히려 기름을 붓는다. 배우들은 의자와 카트를 뛰어넘고 텀블링을 하다가 천장 전등에 매달리는 격렬한 곡예 연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모두가 홍콩 배우 성룡의 후계자인 듯 상상을 뛰어넘는 고난도 마임이 진행된다.

액션은 점점 진화한다. '다이 하드' '터미네이터' '에일리언'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스펙터클한 장면이 이어지더니, 돌연 우아한 왈츠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정수기 괴물과 2인무를 춘다.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탈과 환상을 동시에 꿈꾸는 셈이다.

아이슬란드 출신의 연출가 크리스티안 잉기마르손과 덴마크의 니앤더 극단이 만든 이 작품은 2012년 코펜하겐에서 초연됐으며, 2013년 에든버러를 거쳐 런던 웨스트엔드에 입성했다.

▷11~14일 LG아트센터, 공연 시간 75분,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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