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화관 상영 연극 '혜경궁 홍씨']
'실황' 아닌 촬영 위해 따로 연기
"지아비를 등지고 자식 하나 바라보고 살아온 것이 내 죄라면, 이제 죄 많은 어미의 짐도 내려놓으려고 한다!"
전율(戰慄)이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주연 배우 김소희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면서, 무대 위의 연극 연기가 압도적인 스케일로 펼쳐졌다. 다음 달 4일 개봉을 앞둔 '혜경궁 홍씨'(이윤택 작·연출, 장동홍 감독)는 국내 연극 최초로 시도되는 '영화와 연극의 만남'이다. 무대 위 연극 공연을 촬영해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개념으로, 'DnC(Drama & Cinema) 라이브'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최근 시사회에서 본 이 작품은, 연극 관객의 입장에서 '팝콘과 콜라를 섭취하면서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 이상으로 신선한 점이 많았다. 혜경궁 홍씨 역 김소희의 눈을 부릅뜨고 절규하는 표정, 단전(丹田)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발성은 큰 화면과 다채널 스피커를 통해 훨씬 생생하게 증폭됐다. "아니 그럼, 내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은 나쁜 아비란 말인가!"라며 폭력적인 부권(父權)을 폭풍처럼 밀어붙이는 영조 역 윤여성의 열연은 실로 '윤여성의 재발견'이라 할 만했다.
영상은 국립극단의 실제 무대에서 이틀 동안 촬영한 것이다. 관객을 앞에 둔 '공연 실황'이 아니라 촬영을 위해 별도의 공연을 했고, 카메라는 무대 위로 올라가 가까이서 배우들을 담았다. 덕분에 천장과 무대 뒤편에 카메라를 두는 등 객석에선 볼 수 없는 구도도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영화 관객의 입장'에서 이 작품은 무척 낯설게 보일 수 있다. 첫 장면이 20분 가까이 이어지는 데다 근접 촬영된 연극배우들의 분장이나 수시로 유령이 나타나는 등의 연극적인 표현은 '영화'로서는 아무래도 이질적이었다. 작품은 '이것은 연극'이란 걸 수시로 일깨워주려는 듯 조명기와 회전 무대를 화면에 담고, 끝에 가선 커튼콜 장면을 수록했다. 'DnC 라이브' 시리즈가 연극 관객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