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사랑의 化身, 강인한 여인이 되다

입력 : 2015.05.21 00:06

[유니버설발레단 신작… 발레 '그램 머피의 지젤']

안무가 그램 머피作… 첫 공개
고전 '지젤'의 줄거리 제외하곤 음악·안무·의상 등 새로이 해석

강인한 여성으로 다시 태어난 지젤(황혜민).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전통 발레 가운데 가장 변화가 없는 작품이 '지젤'이에요. 원작이 너무 완벽해서 음악과 동작이 딱 맞아떨어지지요. 그래서 새로운 음악으로 이전과 다른 지젤을 만들기로 했어요. 그때부터 나의 지젤은 부드럽고 연약한 소녀에서 강인하고 흔들림 없는 여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답니다."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이 호주 출신 안무가 그램 머피(Murphy·65)와 손잡고 다음 달 13~17일 창작 발레 '그램 머피의 지젤'을 선보인다. 174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고전 발레 '지젤'을 머피만의 숨결로 파격 변신시킨 신작이다. 원작 '지젤'은 시골 처녀 지젤이 약혼녀가 있는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면서 비극으로 치닫는 낭만 발레. 푸르스름한 달빛 아래 흰 베일을 쓰고 춤추는 윌리(처녀 귀신)들의 군무가 손대면 바스러질 듯 여리지만, 너무나 아름답다.

20일 간담회에서 머피는 "원작에서 줄거리만 남기고 다 바꿨다"고 했다. "늘 궁금했어요. 왜 윌리들의 여왕인 미르타는 악의 화신이 되어 젊은 남자들을 죽일까, 원작엔 없는 지젤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일까, 지젤을 짝사랑하는 힐라리온은 그저 어리석고 질투만 하는 청년일까." 그래서 그는 공연 앞부분에 속편(프리퀄)을 새로 짜 넣었다. 지젤의 아버지가 미르타의 구애를 거절하고 지젤의 어머니와 결혼해 훗날 비극이 싹트는 것으로 정했다.

31년간 시드니 댄스 컴퍼니의 예술감독을 지내며 전막 발레 30편을 발표한 머피는 고전을 현실에 빗대 재기 발랄한 서사로 탈바꿈시키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2001년 오스트레일리아 발레단을 위해 만든 '백조의 호수'에서 그는 백조에 고(姑)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 지그프리트 왕자에 찰스 왕세자, 흑조에 찰스의 숨겨진 연인 카밀라를 바꿔 넣고 백조 오데트가 정신병원에 갇히는 결말로 마무리해 충격을 던졌다.

영화 '마오의 라스트 댄서' 음악을 만든 크리스토퍼 고든이 전곡을 작곡했다. 윌리들이 청년을 공격하는 장면, 힐라리온과 알브레히트가 싸우는 장면 등엔 사물놀이 같은 우리의 북 가락이 섞여 있다. 지젤의 마을을 상징하는 투명한 재질의 동굴은 차갑고 신비롭고, 알브레히트의 의상은 외계인 옷처럼 기하학적 장식이 가득하다.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질투를 그려내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미르타의 춤이 눈에 띈다. "악령도 아름다울 수 있어요. 그 아름다움 속에 힘이 있지요. 복수심에 불타는 인물이 원작에서처럼 젠틀하게 춤출 수는 없잖아요. 있는 힘을 다해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는 미르타가 될 겁니다."

6월 13~1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70-7124-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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