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 공연에선 제가 더 당차게 대시해요"

입력 : 2015.05.19 01:19

뮤지컬 '영웅' 중국 공연서 화제
안중근 짝사랑한 소녀役 이수빈

"나 그대 떠나는 지금 그대 슬피 우는 건, 사랑이라 믿어도 될까요…. 슬퍼 마요 그대, 나를 봐요."

지난 2월 7일 중국 하얼빈 환추(環球)극장. 일본 경찰의 총에 맞은 중국인 소녀 '링링'이 안중근 의사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두며 가냘픈 음색으로 노래를 부를 때, 객석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링링 역을 맡은 배우 이수빈(19)이 말했다. "그때 2주 정도 연습해서 일부 대사를 중국어로 했는데, 사람들이 막 웃어서 깜짝 놀랐어요. 알고보니 '반갑고 귀여워서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뮤지컬 ‘영웅’의 중국인 소녀 링링 역 이수빈은 “죽기 직전 안중근에게 짝사랑을 고백하려는 장면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고운호 객원기자
뮤지컬 ‘영웅’의 중국인 소녀 링링 역 이수빈은 “죽기 직전 안중근에게 짝사랑을 고백하려는 장면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고운호 객원기자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연출 윤호진)이 지난 2월 의거 현장인 중국 하얼빈에서 초연됐을 때, 현지 관객에게 가장 인기를 모은 배우는 단연 중국인 소녀 역의 이수빈이었다. 오는 31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리는 '영웅' 공연에서도 그는 링링 역을 맡았다. 안중근을 도와주는 중국인 웨이와 여동생 링링 남매는 애초에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설정된 가공 인물이다. 하지만 남몰래 안중근을 짝사랑하며 극 분위기를 밝게 하다가 그를 대신해 희생되는 이수빈의 모습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번 한국 공연에선 변경된 장면이 있다. 이전 중국 공연에선 일본 경찰의 수색이 시작되자 안중근이 급하게 링링을 끌어안고 연인을 가장해 화를 모면하지만, 이번엔 링링이 안중근을 끌어안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수빈은 "그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용기를 낼 수 있는 링링의 당찬 성격이 잘 드러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섯 살 때 TV 드라마 '새엄마'에 출연했던 아역 배우 출신이다.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나지 않는데, 지방 촬영이 있는 날이면 제가 새벽 4시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라고 엄마가 그러세요." '소공녀' '애니' '내 마음의 풍금' 같은 뮤지컬 무대에도 섰다. "관객 바로 앞에서 노래하고 연기를 보여주는 현장감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어요."

2011년 처음으로 '영웅'의 링링 역 오디션을 봤을 땐 마침 폐렴에 걸린 상태였다. "죽기 직전 노래를 정말 죽을 것처럼 불러 합격했는데, 아픈 덕을 본 걸지도 몰라요." 5년째 링링 역을 맡아 온 그는 "링링이 죽은 뒤엔 분장실에서 계속 모니터로 공연을 보면서 운다"고 했다. "안중근 의사가 그 무서운 사람들을 상대로 어떻게 그렇게 견디면서 싸울 수 있었는지 볼 때마다 감동받는다"는 것이다.

올해 중앙대 예술대에 입학한 이수빈은 다음 달 개막하는 뮤지컬 '데스노트'에선 주인공의 여동생 '아가미 사유' 역을 맡는다. 또 여동생이다. "아직까진 이미지가 어리고 귀엽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앞으론 '위키드'의 글린다나 '미스 사이공'의 킴 같은 역할을 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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