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햇살에 버무려진 古宅 음악회

입력 : 2015.05.07 00:29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
故윤보선대통령 고택서 열려… 올해부터 일반인에도 공개
9일 예술의전당 마지막 공연

나뭇잎이 푸르다 못해 찬란하게 빛나던 5일 오후, 서울 북촌(北村)의 고(故) 윤보선 대통령 고택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올해 10회를 맞은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살롱콘서트. 안마당에 의자를 놓고 빽빽이 앉은 청중 300여명 앞에 선 윤 대통령 장남 윤상구씨가 고택(古宅)의 이력을 소개했다. '1870년대 세워진 이 집은 할아버지(윤치소)가 1918년 사들였고, 1940년대 중반 한국민주당 창당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야당의 산실이었다. 6·25때는 야전병원으로 쓰이기도 했다….'

5일 오후 서울 북촌 윤보선 고택 안마당에서 열린 살롱 콘서트. 오월의 햇살과 바람, 종소리가 실내악과 어우러진 독특한 음악회였다.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 제공
5일 오후 서울 북촌 윤보선 고택 안마당에서 열린 살롱 콘서트. 오월의 햇살과 바람, 종소리가 실내악과 어우러진 독특한 음악회였다.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 제공
1970년대까지 정보기관원이 집 옆에 상주하면서 감시했던 '한국 현대사의 현장'은 10년 전부터 매년 5월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의 공연장이 됐다. 축제 후원자들을 위한 비공개 콘서트로 열려온 살롱콘서트는 올해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금관5중주단 팡파레로 시작한 음악회는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나선 베버의 플루트,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3중주로 분위기를 띄웠다. 최근 실내악 대표 주자로 떠오른 '노부스 콰르텟'이 보로딘 현악 4중주를 시작하자 나무 위 새들까지 연주에 끼어들면서 분위기가 흥겨워졌다.

바리톤 박흥우는 슈베르트 가곡 '겨울나그네'와 '백조의 노래' 한 대목을 불렀고, 조재혁과 유영욱 등 피아니스트 4명이 서로 다투고, 딴청 피우는 척하면서 피아노 1대로 연주한 라비냑의 '여덟 개의 손을 위한 갤롭 행진곡'에서 한껏 달아올랐다. 마지막은 헝가리 민속 춤곡에서 주제를 따온 마라트카의 '피아노, 클라리넷과 현악4중주를 위한 차르다시 1번'. 서울시향 수석을 지낸 클라리넷 연주자 채재일 등 6명이 흥겨운 피날레를 이끌었다. 햇살이 담장 넘어 사라질 무렵, 음악회는 끝났다. 고택 옆 교회에서 오후 6시에 맞춰 울리는 종소리(12번 울렸다)를 음악회 중간에 듣는 이색 경험을 포함, 빛나는 햇살과 싱싱한 나뭇잎, 서늘한 바람으로 버무린 '고택 음악회'는 별미였다.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는 9일 예술의전당에서 마지막 공연을 갖는다. (02)712-4879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