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본 러시아 마임극 '스노우쇼']
종이 눈·풍선·거미줄 뿌리며 무대와 객석 경계 허문 축제
객석에서 눈 모양의 작은 종잇조각들을 집고 뿌려대던 아이들은, 곧이어 집채만 한 오색 풍선들이 둥둥 떠다니자 손으로 만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형 풍선이 관객의 손에 닿아 극장 이곳저곳을 쉴 새 없이 떠다녔다. 어른들도 덩달아 신이 나서 비명을 질러댔다.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러시아 마임극 '스노우쇼'가 공연된 지난 1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1993년 초연된 '스노우쇼'는 "이 시대 최고의 광대"로 불리는 러시아 예술가 슬라바 폴루닌(65)의 대표작. 지난 20년 동안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공연됐으며, 2001년 이래 국내에서도 다섯 차례 공연되며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만한 가족극'으로 명성을 높였던 작품이다.
14일 서울 개막을 앞두고 대구에서 미리 본 '스노우쇼'는 한마디로 '경계'가 사라진 공연이었다. 무대와 객석, 휴식 시간과 공연 시간, 아이와 어른의 경계가 없었다. 광대들은 수시로 객석 의자를 밟고 다녔고 관객에게 물을 뿌려대며 장난을 쳤다. 거대한 거미줄이 끝없이 펼쳐져 나와 객석 전체를 뒤덮기도 했다. 하얀 눈 모양의 종이들은 공연 시작 전부터 이미 객석 바닥에 가득했다. 연출가 폴루닌은 "녹는 게 숙명인 눈송이, 터지는 게 숙명인 풍선을 통해 소유의 덧없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힌 적 있다.
세상을 달관한 듯 뚱하면서도 처연한 표정으로 무대 위에 등장한 광대 4명은 꿈과 희망, 좌절과 고독이 중첩된 인간 심연(深淵)의 감정들을 원초적으로 표현했다. 옆에 선 친구가 한 대 툭 치면 맞받아치다가도, 빈 코트 소매에 한쪽 팔을 넣고 자기 몸을 껴안으면서 구슬프게 흐느꼈다. 침대와 빗자루로 돛단배를 만들어 망망대해를 항해하더니, 광대 스스로 머리에서 김이 뿜어져 나오는 기차가 되기도 했다. 몽환적인 무대와 조명은 대사 한마디 없는 이 공연에 대한 공감과 측은지심의 강도를 더했다.
▷14~30일 서울 LG아트센터, 5~10일 부산 영화의전당,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