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껴안은 국악, 궁금하시죠?"

입력 : 2015.04.24 02:33

[국립극장 국악 페스티벌 '재즈 女帝' 나윤선 감독]
"전통 음악에 갈증 느껴와" 개막·폐막 공연에 출연도

'재즈 여제(女帝)' 나윤선(46)이 국악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돌아온다. 국립극장이 주최하는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여우락·7월 1~26일) 페스티벌을 이끌게 된 것. 22일 만난 나윤선은 "세 번이나 사양했는데, 지난 1월 안호상 극장장을 만나 얘기하려다 도리어 설득당했다"고 했다.

나윤선은 유럽을 중심으로 연 100회 공연을 갖는 세계 정상급 재즈 가수. 캐나다 몬트리올 국제 재즈 페스티벌, 프랑스 니스 페스티벌 같은 유명 페스티벌 메인 출연자로 활약하면서 2013년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9월 뉴욕의 유명 재즈 클럽 블루노트에서 치른 공연은 뉴욕 시티 재즈 레코드가 선정한 올해의 공연에 뽑혔다. 재즈 문외한이라도 작년 2월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 공연 때 조수미, 이승철과 함께 부른 나윤선의 '아리랑'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재즈 가수 나윤선이 22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 한복판에 섰다. ‘여기 지금 우리의 음악을 찾는’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에게 어울리는 자리였다. /성형주 기자
재즈 가수 나윤선이 22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 한복판에 섰다. ‘여기 지금 우리의 음악을 찾는’ 국립극장 여우락 페스티벌 예술감독에게 어울리는 자리였다. /성형주 기자

국내에 체류하는 시간이 연 50일도 안 될 만큼 바쁜 그가 어떻게 예술감독을 맡았을까. "올해는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면서 국악을 공부해보려고 했어요. 너무 바쁘기도 했고, 제 음악의 뿌리일 수 있는 우리 전통 음악에 갈증을 느꼈거든요."

나윤선은 "국악 연주를 들어본 서구 동료 연주자들이 '소리 색깔이 독특하다. 숲속에 있는 것 같다. 물소리 같기도 하고…'라고 말한다"고 했다. "재즈 연주자들은 새로운 소리와 악기에 관심이 많아요. 제7집 앨범에 실린 '강원도 아리랑'도 스웨덴 출신 기타리스트인 동료가 먼저 제의해서 편곡한 겁니다. 스웨덴엔 우리 아리랑 같은 민속 음악이 1000개가 넘는다면서요." 공연 때마다 '아리랑'을 빼놓지 않고 부른다고 했다. "저만 좋아해서 부르는 게 아니고요. 함께 연주하는 동료들이 원해야 연주할 수 있는데, 다들 좋다고 해요."

나윤선은 국악기는 다른 음악과 쉽게 어울릴 수 있고, 자유롭다는 게 재즈와 통한다고 했다. "대금 하는 젊은 분이 프랑스에 갈 계획이 있다면서 재즈 연주자를 소개시켜달라고 해서 플루트 하는 분을 알려줬어요. 만나서 몇 시간 함께 연주하더니 콘서트를 만들어서 여러 차례 무대에 섰대요. 우리 연주자들도 일단 나가서 부딪치면서 함께 어울려 연주하는 게 중요합니다."

2010년 시작한 여우락은 한국 음악에 뿌리를 두고 세계와 소통하는 음악을 추구하는 페스티벌. 월드뮤직 그룹 공명, 국악그룹 푸리 등이 컬래버레이션(협연)과 크로스오버를 통해 당대 우리 음악의 길을 모색해왔다. 나윤선이 예술감독을 맡은 올해는 디렉터스 스테이지, 2015 초이스, 믹스 & 매치, 센세이션 등 4개의 주제 아래 14개 공연을 펼친다.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이 '올해의 아티스트'로 무대를 만들고, 핀란드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 등 해외 연주자들을 초청, 한국 음악 연주자들과 협연을 시도한다. 나윤선도 페스티벌 첫날과 마지막 날 무대에 선다. "프로그램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는데요. 살짝 말씀드리면, 첫날은 허윤정씨와 협연을 하면서 국악이 재즈를 안는 식이라면, 마지막 날은 재즈가 국악을 껴안는 공연이 될 겁니다. 궁금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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