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와일드혼, 뮤지컬 '데스노트'로 부활할까

입력 : 2015.04.16 09:52
2013년 한국 뮤지컬계는 미국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해였다. 그해 초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를 시작으로 '몬테크리스토' '스칼렛 핌퍼넬' '보니 앤 클라이드' '카르멘' 등 무려 다섯 편을 무대에 올렸다. 이 중 네 편이 신작이었다. '와일드혼 신드롬'이라는 진단까지 나왔다.

와일드혼은 '지금 이 순간'으로 유명한 '지킬 앤 하이드'로 한국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고국인 미국에서는 인지도가 크지 않다. 연극·뮤지컬계의 '아카데미'로 통하는 토니상도 받지 못했다.

공연 칼럼니스트인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는 와일드혼에 대해 "국내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일부 유럽 국가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정작 브로드웨이에서는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밝혔다. '지킬 앤 하이드' 역시 주목은 받았지만, 이익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작인 '원더랜드' '보니 앤 클라이드'도 흥행 참패했다.

지 칼럼니스트는 "와일드혼의 작품에서 묻어나는 정서나 취향이 브로드웨이 트렌드에서는 조금 비껴있기 때문"이라면서 "반대로 우리나라 관객 성향에 잘 맞는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고 짚었다. 와일드혼의 작품들이 비교적 한국 대중가요와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한 전개와 서정적인 선율이 특히 그렇다.

뮤지컬평론가 겸 공연연출가 조용신 씨는 "와일드혼은 1980년대 휘트니 휴스턴에게 곡을 주기도 했던 대중음악 작곡가 출신"이라면서 "대중적인 곡조를 잘 쓰고 소재적으로 장엄한 아리아가 있는 유럽형 사극을 선호하는 컨템포러리 뮤지컬 작곡가"라고 설명했다.

"노래 안에서 세밀한 드라마를 추구하는 스티븐 손드하임과 같은 방식이라기보다는 캐릭터의 전형성과 희로애락의 선명한 상황에 맞는 그만의 정서로 완성하는 대중가요 형식을 따르고 있다"면서 "레퍼토리들이 코드 진행이나 구성이 유사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고 했다.

자기 복제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다. 자신의 다른 뮤지컬 넘버들과 별 차이점이 없던 '보니 앤 클라이드'와 '카르멘'에 대한 평도 좋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같은 킬링 넘버가 없었다. 지난해 한국에서 초연한 '드라큘라' 역시 '러빙 유 킵스 미 얼라이브' 외에 크게 이목을 끄는 넘버가 부재했다. 한국과 손잡고 2011년 제작한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 역시 눈길을 끌지 못했다.

지 칼럼니스트는 "결국 그의 국내 이름값은 지킬 앤 하이드에 기반을 둔 초기 포지셔닝의 덕이 컸다고 본다"면서 "와일드혼이야말로 브로드웨이와 아시아시장의 흥행공식이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문제는 와일드혼이 극작가 잭 머피(몬테크리스토) "실패를 거듭했던 기존 창작 인력과 연이어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아시아 시장에 본격 안착하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서적 이질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진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뮤지컬 '데스노트'는 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와일드혼의 신작으로 일본 도쿄 닛세이극장에서 세계 초연 중이다.

2003년부터 슈에이샤 '주간소년 점프'에 연재된 만화 '데스노트'(원작 오바 츠구미·작화 오바타 다케시)를 원작(국내외에서 누계발행 부수 3000만부)으로 일본 굴지의 엔터테인먼트회사 호리프로(Horipro Inc.)와 손잡았다.

조 평론가는 "와일드혼은 최근 10년간 왕성한 글로벌 프로젝트에 워낙 적극적인 작곡가 겸 기획자 활동하고 있어 그 광폭 행보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데스노트'는 6월20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라이선스로 한국 초연(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씨제스컬쳐)한다.

15일 일본에서 미리 본 '데스노트'는 킬링 넘버가 없다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테마 음악 격인 '정의는 어디에'를 비롯해 곳곳에 와일드혼의 인장이 박혀 있었다. 그간 와일드혼 음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본 대중음악의 한 분야인 엔카(演歌) 풍의 노래는 색달랐다.

이날 역시 공연을 관람한 공연전문잡지 씬플레이빌의 김아형 수석에디터는 "마지막 '레퀴엠'(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음악)은 전형적인 와일드혼의 아리아였다"면서 "일본 발성이 와일드혼의 음악에 딱 달라붙지 않아 호불호를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평했다. 다만 "좋은 곡이 몇 곡 있지만 다른 곡들과 편차가 심해 균형이 맞지 않는 면이 있는 듯하다"면서 "주로 와일드혼이 역사물을 했고, '데스노트'는 현대물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국에서 '데스노트'가 관심을 끄는 것은 홍광호(라이토), JYJ 김준수(엘(L), 정선아(아마네 미사), 박혜나(야가미 렘) 등 가창력으로 내로라하는 뮤지컬스타들이 동시에 한 무대에 오른다는 점이다. 와일드혼이 이 작품으로 다시 한국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홍광호는 '지킬 앤 하이드', 김준수는 '천국의 눈물'과 '드라큘라', 정선아도 '드라큘라'로 와일드혼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모두 넘버를 드라마틱하게 소화하는 능력과 서정적인 음색을 지니고 있어 와일드혼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혜나는 와일드혼과 작업이 이번이 처음인데, 그녀 역시 넘버를 드라마틱하게 풀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데스노트'에서는 그 드라마틱함에 비정함도 머금고 있어 이들 배우의 더 깊어진 호소력을 기대하게 한다.

신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한 일본의 거장으로 '데스노트'의 연출을 맡은 구리야마 다미야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와일드혼 음악의 특징인데 이번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세계의 냉혹함, 비정함을 표현하는 음악이 극 세계에 울려 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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