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08 00:54
갈매기
"나는 혼자다. 백 년에 한 번 입을 열어 말하지만 내 목소리는 이 공허를 메아리칠 뿐,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대사는 연희단거리패 대표 배우인 김소희 연출로 무대에 오른 연극 '갈매기'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지만, 안톤 체호프의 원작 희곡에선 이 자리에 없다. 초반의 극중극에 등장하는 대사를 주인공 트레블레프의 입을 통해 한 번 더 말하게 함으로써, 사회적인 성공과는 반비례해서 무너져가는 인물의 내면세계가 더욱 황폐하고 슬프게 묘사된다.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에서 가장 먼저 쓰인 이 작품은 현실과 꿈 사이를 끊임없이 부유(浮遊)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았다. 이 작품으로 첫 단독 연출에 나선 김소희는 '배우가 배우를 위해 만든 연극'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이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감싸 안듯 표현했다.
체호프의 4대 장막극 중에서 가장 먼저 쓰인 이 작품은 현실과 꿈 사이를 끊임없이 부유(浮遊)하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담았다. 이 작품으로 첫 단독 연출에 나선 김소희는 '배우가 배우를 위해 만든 연극'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이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감싸 안듯 표현했다.
작가를 꿈꾸는 트레블레프는 유명 여배우인 어머니 아르카디나에게 무시당하고 절망한다. 트레블레프는 권총 자살을 시도하나 실패하고, 그의 애인인 배우 지망생 니나는 아르카디나의 남자 친구 트리고린과 함께 마을을 떠난다. 2년이 지난 뒤 작가가 된 트레블레프는 몰래 고향을 찾아온 니나를 만나는데, 지방 극단을 떠돌아다니고 있던 그녀는 늦게나마 '삶에서 자기 자신의 신념과 꿈을 지키는 일이 명성이나 갈채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연극은 체호프의 긴 희곡을 과감하게 압축·생략하고 구어체의 일상적인 분위기와 함께 각각 캐릭터에 생기를 넣었다. 배우 6명을 의자에 일렬로 앉혀 인물 개성이 뚜렷한 체호프 극의 특성을 살리는가 하면, 배우들이 무대를 휘몰아치듯 돌며 소품을 옮기는 장면에선 역동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활어처럼 펄펄 뛰는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의 살아 있는 연기였다. 특히 트레블레프 역의 윤정섭은 "할 말이 없어지면 사람들은 항상 젊어서 그렇다는 탓을 하죠" 같은 대사로 좌절한 지식인의 모습을 소름 끼칠 정도로 잘 묘사했다. 체호프의 바람과는 달리 희극보다는 비극에 가깝게 보인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12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공연 시간 105분, (02)763-1268
연극은 체호프의 긴 희곡을 과감하게 압축·생략하고 구어체의 일상적인 분위기와 함께 각각 캐릭터에 생기를 넣었다. 배우 6명을 의자에 일렬로 앉혀 인물 개성이 뚜렷한 체호프 극의 특성을 살리는가 하면, 배우들이 무대를 휘몰아치듯 돌며 소품을 옮기는 장면에선 역동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활어처럼 펄펄 뛰는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의 살아 있는 연기였다. 특히 트레블레프 역의 윤정섭은 "할 말이 없어지면 사람들은 항상 젊어서 그렇다는 탓을 하죠" 같은 대사로 좌절한 지식인의 모습을 소름 끼칠 정도로 잘 묘사했다. 체호프의 바람과는 달리 희극보다는 비극에 가깝게 보인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12일까지 대학로 게릴라극장, 공연 시간 105분, (02)763-1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