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무용원 출신이 15년 이끈 LDP 무용단, 新作 두 편 선보여
1부 '12MHz'(안무 김판선)는 12명의 무용수가 12개의 주파수로 분해서 공간 속에 울려 퍼지는 감각을 몸으로 표현하는 작품. 신창호(38·한예종 교수)가 안무한 2부 'Graying'은 노화(老化)라는 본래 뜻처럼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무대는 젊고 섹시한 남성 무용수가 흥에 겨운 할아버지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는 장면으로 열리는데, 동양적인 춤사위가 펼쳐질 동안 무대 뒷면을 꽉 채운 커다란 바퀴가 천장에서 바닥으로 서서히 내려오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즐거워하는 노인을 잔인하게 내리누른다.

발레를 전공한 어머니의 권유로 고교 때 춤세계에 들어선 신창호는 2002년 스물다섯 살 때 발표한 첫 안무작 'No Comment'로 화제를 일으켰다. 14명의 남자 무용수가 이국적인 중동 음악에 맞춰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고 팔을 크게 휘젓는다. 그걸 보는 관객은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그 몸짓에 동화해 똑같이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고 머리를 끄덕인다. 무용수들의 에너지 소모가 어마어마하기에 10년 넘게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춰온 무용수 류진욱(32)은 "군무 동작 한번 하고 나면 수명이 한 시간 정도 줄어드는 느낌"이라고 했다.
지금도 현역으로 뛰는 무용수이기에 '나이 듦'에 누구보다 예민하다는 그는 "몸으로 모든 걸 하는 우리에게 나이가 든다는 건 퇴화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그래도 슬프지 않은 건 젊었을 때 갖지 못한 연륜이 어느 순간 눈빛과 손끝에 달라붙어서 동작이 작더라도 정확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날에 대한 두려움은 다들 겪는 거예요. 요즘 젊은이들이 당장 멋진 것만 찾느라 맥없이 꿈을 포기하고 끈기를 잃어가는 걸 보면 안타깝죠. 소멸하는 게 있어야 새로 생성되는 것도 있다는 걸, 그래서 삶은 끊임없는 무한대(∞)임을 청년들이 알아줬음 좋겠어요."
그 고민의 열매인 공연은 다음 달 4~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두 작품에 모두 오르는 류진욱을 비롯해 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에 출연해 시원시원하고 힘이 넘치는 춤사위로 눈길을 끈 안남근·이선태·임샛별·윤나라 등 LDP의 스타 무용수 14명이 총출동한다.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