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거제 포로 소년, 춤 아닌 '꿈'을 추다

입력 : 2015.03.24 03:00   |   수정 : 2015.03.24 03:14

로기수

"어때? 춤 재밌지?"(프랜)

"…내레 기필코 너희 미제(美帝) 새끼덜 박살내버리가서!"(로기수)

"서로 때리고 부수기만 하는 이 전쟁터에서도 춤을 추는 사람은 춤을 추고, 꿈을 꾸는 사람은 꿈을 꾼다."(프랜)

올해 상반기 창작 뮤지컬 중 딱 한 작품만을 꼽으라면 이 작품, '로기수'(김신후 원작, 김태형 연출)가 될 가능성이 크다. 6·25전쟁 중인 1952년 거제도수용소에서 포로들이 복면을 쓰고 춤추는 베르너 비쇼프의 기묘한 사진 한 장〈본지 2월 6일자 A21면〉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배우 9명이 등장하는 소극장 뮤지컬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공연 시간 165분은 후딱 지나간다.


 

/아이엠컬처 제공
/아이엠컬처 제공
17세 소년 로기수는 미군의 폭격으로 어머니를 잃고 인민군에 입대했다가 포로로 붙잡힌다. 수용소장 도드는 대외 선전을 위해 포로들을 댄스 공연에 투입하고, 춤의 달인인 미군 장교 프랜을 만난 기수는 뜻밖에도 생전 처음 춤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친공(親共) 포로들은 공연 당일 수용소장을 저격하라고 기수를 협박한다.

'로기수'는 거대한 이념과 정치에 희생돼 온 한 개인이 '꿈'의 소중함을 깨닫는 이야기다. 1막 마지막, 주인공이 "저 철망을 넘어… 춤추고 싶어, 꿈꾸고 싶어"라고 노래를 부르며 공중으로 치솟는 장면은 '위키드'의 비슷한 장면을 뛰어넘는 감동을 준다. 군가와 빅 밴드 재즈, 1950년대 미국 팝을 응용한 신은경의 음악은 극에 힘을 실었고, 꿈과 절망의 순간을 극적으로 교차한 구윤영의 조명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볼거리였다. 무엇보다 객석을 들썩거리게 한 것은 넉 달 동안 연습했다는 배우들의 탭댄스였다. 2막 서두가 좀 늘어지고, 일부 배우의 음정이 종종 불안했던 점은 아쉬웠다.

▷5월 31일까지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02)541-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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