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3.23 01:05
[19일 LA필하모닉 홍콩 공연]
말러 교향곡 6번, 에너지 넘쳐… 즉흥 연주같은 화려한 연주 보여
25·26일 예술의전당 내한 공연
홍콩 클래식 청중 가운데는 성미 급한 사람이 한둘씩 끼어 있는 모양이다. 지난 19일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홍콩 문화센터 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 6번을 공연할 때도 그랬다.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34)과 LA필은 1시간 20분간 폭풍처럼 몰아온 여정(旅程)을 정적(靜寂)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두다멜의 지휘봉이 공중에서 채 내려오기도 전에 1층의 한 관객이 성급하게 박수를 터뜨렸다. 여운을 나누려 했던 두다멜과 청중들은 한밤에 불쑥 안방으로 쳐들어온 불청객과 마주친 것처럼 불편했을 것이다.

3주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이끄는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가 지난달 27일 이곳에서 '23개의 현(絃)을 위한 메타모르포젠'을 공연했을 때였다. 이날도 틸레만의 손이 내려오기도 전에 한 청중이 서둘러 박수를 쳤다. 참다 못한 다른 청중이 그 사람을 향해 "당신, 나가"라고 고함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말러 교향곡 6번으로만 프로그램을 채운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19일 공연은 전차(戰車) 부대가 일제히 진군하듯, 콘트라베이스와 첼로가 이끄는 저음으로 시작했다. 호른만 아홉, 트럼펫 여섯, 트롬본 다섯, 클라리넷, 바순, 플루트, 오보에 각각 넷에 팀파니까지 2세트가 들어왔다. 스물셋에 말러 지휘자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주목받은 두다멜은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자기 악기 다루듯 능숙하게 이끌어갔다. 얼굴엔 살이 붙었지만, 베를린 필과 빈 필, 라 스칼라를 지휘하는 젊은 거장(巨匠)답게 관록도 붙었다. 두다멜은 금관을 비롯한 모든 악기가 울리는 4악장에서 청중의 심장을 두들기며 절정으로 몰고 갔다. 두다멜 스스로 "말러 6번은 엄청나게 큰 페스티벌 같은 곡"이라고 설명한 것처럼, 에너지가 넘쳤다.
20일 프로그램 주제는 '미국'이었다. 3악장, 30분짜리 존 애덤스의 '시티 누아르'는 재즈에 현대음악을 섞은 것처럼 쾌락적이면서도 어두운 색깔이었다. 미국 현대작곡가인 애덤스는 1940년대 말과 1950년대 캘리포니아를 배경 삼아 2009년 30분짜리 이 곡을 썼다. 색소폰 주자가 두어 번 자리에서 일어나 즉흥 연주처럼 화려한 연주력을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피날레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두다멜은 2악장 잉글리시 호른의 주(主)선율이 들어오기 전에, 보드라운 비단을 깐 듯 섬세하게 소리를 죽였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중고교 음악 교과서에도 실렸던 익숙한 선율이 잉글리시 호른을 타고 흘러나왔다. 두다멜의 LA필하모닉은 체코 출신인 작곡가가 고향 보헤미아에 대한 향수를 듬뿍 담아 쓴 이 곡으로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국제도시 홍콩 청중을 추억여행에 빠져들게 했다. 열정과 규율을 고루 갖춘 LA필하모닉의 현(絃)은 청중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비올라 수석의 몸짓을 주목해 보시길. 열정이란 이런 것이다).
제43회 홍콩 아트 페스티벌(2월 27일~3월 29일) 데뷔로 아시아 투어를 시작한 LA필하모닉은 상하이를 거쳐 25일과 26일 예술의전당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서울 청중들과 만난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조선일보, 공연기획사 크레디아가 공동 주최한다. 문의 (02)6303-1977
말러 교향곡 6번으로만 프로그램을 채운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19일 공연은 전차(戰車) 부대가 일제히 진군하듯, 콘트라베이스와 첼로가 이끄는 저음으로 시작했다. 호른만 아홉, 트럼펫 여섯, 트롬본 다섯, 클라리넷, 바순, 플루트, 오보에 각각 넷에 팀파니까지 2세트가 들어왔다. 스물셋에 말러 지휘자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주목받은 두다멜은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자기 악기 다루듯 능숙하게 이끌어갔다. 얼굴엔 살이 붙었지만, 베를린 필과 빈 필, 라 스칼라를 지휘하는 젊은 거장(巨匠)답게 관록도 붙었다. 두다멜은 금관을 비롯한 모든 악기가 울리는 4악장에서 청중의 심장을 두들기며 절정으로 몰고 갔다. 두다멜 스스로 "말러 6번은 엄청나게 큰 페스티벌 같은 곡"이라고 설명한 것처럼, 에너지가 넘쳤다.
20일 프로그램 주제는 '미국'이었다. 3악장, 30분짜리 존 애덤스의 '시티 누아르'는 재즈에 현대음악을 섞은 것처럼 쾌락적이면서도 어두운 색깔이었다. 미국 현대작곡가인 애덤스는 1940년대 말과 1950년대 캘리포니아를 배경 삼아 2009년 30분짜리 이 곡을 썼다. 색소폰 주자가 두어 번 자리에서 일어나 즉흥 연주처럼 화려한 연주력을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피날레는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두다멜은 2악장 잉글리시 호른의 주(主)선율이 들어오기 전에, 보드라운 비단을 깐 듯 섬세하게 소리를 죽였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중고교 음악 교과서에도 실렸던 익숙한 선율이 잉글리시 호른을 타고 흘러나왔다. 두다멜의 LA필하모닉은 체코 출신인 작곡가가 고향 보헤미아에 대한 향수를 듬뿍 담아 쓴 이 곡으로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국제도시 홍콩 청중을 추억여행에 빠져들게 했다. 열정과 규율을 고루 갖춘 LA필하모닉의 현(絃)은 청중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비올라 수석의 몸짓을 주목해 보시길. 열정이란 이런 것이다).
제43회 홍콩 아트 페스티벌(2월 27일~3월 29일) 데뷔로 아시아 투어를 시작한 LA필하모닉은 상하이를 거쳐 25일과 26일 예술의전당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서울 청중들과 만난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조선일보, 공연기획사 크레디아가 공동 주최한다. 문의 (02)6303-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