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허상 좇는 그대여… 받아라 'B급 돌직구'

입력 : 2015.03.20 00:30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

/서울문화재단 제공
1970년대 액션영화처럼 만든 포스터, 드라마센터 건물 전체를 감싼 설정용 폴리스라인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연극이라는 '감'이 왔다. "엄청나게 재미있다"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는 상반된 반응과 함께 올해의 문제작이 될 것 같은 이 작품은 남산예술센터의 올 시즌 첫 프로그램 '소뿔자르고주인오기전에도망가선생'(최치언 작, 김승철 연출)이다. '무협 액션 판타지극'이란 간판답게 의도적으로 예전 재개봉관의 주요 레퍼토리였던 'B급 영화'의 정서를 따르고 있다.

주인공인 형사 '황백호'(박완규)는 황해·박노식·장동휘부터 '투캅스'의 김보성, '넘버3'의 송강호, '공공의 적'의 설경구를 섞어놓은 듯한 인물이다. 긴 코트를 입고 마이크를 든 채 온갖 폼을 잡고 등장하더니, 목소리를 착 깔고 "불쌍한 척, 가련한 척, 애잔한 척 하지 마라, 그런다고 해서 세상이 너의 말을 알아듣는 건 아니다!" "저기 한 세월, 한 시절이 아우성을 치며 흘러가는 것이 보이지 않나?" 같은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읊는다.

인물 등장과 액션 장면에선 꽃가루가 휘날리고 팡파르와 게임 음악이 흐르는가 하면, 취조 장면에서 난데없이 상여가 등장하더니 농민 시위 장면으로 바뀌고, 소 탈을 뒤집어쓴 배우들이 노래와 군무를 보여준다. 일부러 유치하게 만들었지만, 극 전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전국에서 소뿔이 잘려 나가는 연쇄 사건이 벌어지자, 무술로 경찰에 특채됐던 경위 황백호가 현장에 투입된다. 사건이 실마리를 드러내려는 찰나, 범인 역할을 한 배우는 무대 뒤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동안의 연극은 극중극이었던 것이다.

총 4중(重) 극중극의 수사관과 작가와 기자는 모두 이야기를 수정하고 뒤바꾸면서 허구를 실제로 둔갑시킨다. 하지만 진짜 범인의 실체는 연극에서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진실은 증발된 채 다들 실체 없는 허상을 좇는다는 점에서 관객을 포함한 현대인의 민낯이 드러난다.


▷29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공연 시간 140분, (02)758-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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