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력 大戰… 당신이 선택할 '드림걸'은?

입력 : 2015.03.19 03:00   |   수정 : 2015.03.19 03:03

[뮤지컬 '드림걸즈' 6人 캐스팅, 모두 비교해 보니]

에피役, 차지연·박혜나·최현선
디나役, 윤공주·박은미·유지

각각 특색있는 노래·연기 보여

이토록 무대 위에서 젖먹던 힘까지 다 쓰듯 열창하는 배우들을 본 게 얼마 만이던가. 국내 초연 6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브로드웨이 뮤지컬 '드림걸즈'(헨리 크리커 작곡, 데이비드 스완 연출)는 '가창력 대전(大戰)'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극 중 가수 역을 맡은 여배우들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연인 에피 역에 차지연·박혜나·최현선이, 디나 역에 윤공주·박은미·유지가 각각 트리플 캐스팅됐다. 이들의 출연분을 모두 관람하고 비교해 봤다.

에피 역─차지연vs박혜나vs최현선

1960년대 전설적 R&B 그룹 슈프림스를 모티브로 한 이 작품에서, 에피 화이트 역은 슈프림스의 리드 보컬이었던 플로렌스 발라드가 모델이다. 뚱뚱한 몸매에 성격은 다혈질이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인물이다. 세 배우는 이 역할을 맡기 위해 많게는 10㎏까지 체중을 늘릴 정도로 몸을 던졌다.

뮤지컬 '드림걸즈'의 차지연(에피 역·오른쪽), 윤공주(디나 역·가운데), 난아(로렐 역). /오디컴퍼니 제공
뮤지컬 '드림걸즈'의 차지연(에피 역·오른쪽), 윤공주(디나 역·가운데), 난아(로렐 역). /오디컴퍼니 제공
초연 때도 같은 역할이었던 차지연의 카리스마는 압도적이었다. 1막 끝, 팀과 연인 모두에게 버림받고 나서 부르는 '난 안 갈 거야'에선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괴로움을 폭발적인 성량으로 드러냈다. 털털한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몸짓과 목소리를 과장했는데, 지나치게 우울해 보이는 약점도 있었다. 지난해 '위키드'의 초록 마녀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박혜나의 목소리도 대단했다. "나를 제발 사랑해줘요"라고 힘차고 길게 뽑을 때는 객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왔고, 2막의 '아이 엠 체인징'에선 슬픔을 딛고 희망을 기약하는 반전을 보였다. 차지연이 '한없이 슬픔에 젖은 에피'라면, 박혜나는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하는 에피'였다. 창작 뮤지컬 '블랙 메리포핀스'에서 주연을 맡았던 최현선의 노래는 귀에 착착 감겼고, 연기의 디테일이 탁월했으나 주인공의 카리스마는 좀 약했다.

"난 다른 사람 뒤에서 절대 노래하지 않을 거야"라고 할 때 차지연은 비장했고 박혜나는 귀엽게 짜증 내는 모습이었으며, 최현선은 뭔가 협상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디나 역―윤공주vs박은미vs유지

다이애나 로스를 모델로 한 디나 존스는 영화에선 비욘세가 맡았던 역할. 빼어난 미모와 몸매, 부드러운 목소리를 모두 갖춰야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강인하고 운명적인 마그리드 역을 연기했던 윤공주는 우아함과 교태미를 함께 갖춘 노련한 디나의 모습을 보여줬다. 춤추고 노래를 부를 때도 쉴 새 없이 표정 연기를 했고, 고혹적인 미모와 솜사탕처럼 달라붙는 목소리로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대사 처리는 평범한 편이었다.

'빨래' '케미스토리' 등 창작 뮤지컬에 많이 나왔던 박은미는 촌티 흐르던 10대 소녀가 쇼비즈니스의 중심에 올라서는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줬다. 유연하고 세련된 목소리는 셋 중에서 가창력으로는 가장 앞서 있었으나, 본인만의 독특한 색채는 아쉬웠다. 걸그룹 베스티의 멤버인 스물네 살 유지는 이 작품이 '발견'한 배우라 할 만하다. 늘씬한 외모는 가장 디나 역에 근접했으며, 에피 역 선배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당찬 노래와 춤 실력이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국어책을 읽는 듯한 대사를 할 때는, 빨리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뮤지컬 '드림걸즈' 5월 25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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