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세대 미술사학자 진홍섭, 스승 고유섭 추모비 옆에 세워
황수영 박사와 師弟 3인 나란히

"한국 미술사학계의 기틀을 마련한 세 분의 추모비가 드디어 한자리에 섰습니다. 감개무량합니다."
7일 오후 경북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 경주 앞바다 문무대왕 해중릉(海中陵)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한국 미술사학계 거목인 수묵(樹默) 진홍섭(1918~2010) 박사의 공덕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수묵의 스승인 한국 최초의 미술사학자 우현(又玄) 고유섭(1905~1944)의 추모비 바로 옆이다. 추모비 건립위원장을 맡은 정영호(81) 한국교원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1월 세워진 초우(蕉雨) 황수영(1918~2011) 박사의 추모비에 이어 사제(師弟) 3인의 추모비가 나란히 서게 됐다"고 했다.
개성에서 태어난 진 박사는 일본 메이지(明治)대 정경학부를 마쳤다. 재학 시절 고유섭 선생에게 배웠고, 이때 함께 공부한 고(故)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황수영 박사와 함께 미술사학계의 '개성 삼걸(三傑)'로 불리며 해방 후 한국미술사 연구의 초석을 다졌다. 1946년 김재원 박사가 이끌던 국립박물관에 투신해 개성분관장과 경주분관장을 역임했다. 1963년 이화여대 교수로 옮겨 박물관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1세대 미술사학자답게 토기·금속공예·석등·불상·석탑 등 손대지 않은 미술사 분야가 없다.
추모비는 정 교수가 주축이 돼 후학들이 뜻을 모아 건립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불국사 주지 성타 스님, 개성 출신인 윤장섭 성보문화재단 이사장,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 김동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홍윤식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오니시 슈야(大西修也) 일본 규슈대 명예교수 등 문화재계 인사 150여명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