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시스테마'의 전설… 천재 지휘자가 온다

입력 : 2015.03.09 00:45

[두다멜의 LA 필하모닉 내한]

베네수엘라 빈민가 청소년에게 음악교육하는 '엘 시스테마' 출신
스물여덟 살에 음악 감독 취임, 말러 교향곡 등… 25·26일 공연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Dudamel·34)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은 세계 음악계에 이슈를 몰고 다니는 스타다. 스물여덟 살에 주빈 메타와 앙드레 프레빈 같은 거장(巨匠)들이 조련한 LA 필하모닉 음악감독에 취임한 것부터가 그랬고, 이후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전임 에사-페카 살로넨이 쌓아올린 이 교향악단의 이름값을 한층 끌어올린 실력이 주목받았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빈 필하모닉 같은 특급 오케스트라를 정기적으로 지휘하는 것은 물론, 오는 5월 사이먼 래틀 후임으로 상임지휘자를 뽑는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 투표에서도 유력 후보로 이름이 거론된다.

이 구스타보 두다멜이 이끄는 LA 필하모닉이 이달 하순 내한 연주를 갖는다. 이틀간 말러 교향곡 6번, 그리고 존 애덤스의 '시티 누와르'와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들려준다. 두다멜은 2008년 12월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 이래 두 번째 방한이고, LA 필도 그해 10월 살로넨 지휘로 내한 공연을 가진 이래 6년 반 만의 내한 공연이다.

지난 2009년 스물여덟에 LA필하모닉 음악감독이 된 구스타보 두다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지휘자 중 하나다. /금호문화재단 제공
지난 2009년 스물여덟에 LA필하모닉 음악감독이 된 구스타보 두다멜.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지휘자 중 하나다. /금호문화재단 제공

2008년 내한 공연 당시 스물일곱의 두다멜은 젊게만 보였다. 170명 단원들과 베네수엘라 국기가 그려진 푸른색 점퍼를 입고, 앙코르 곡으로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수록곡 '맘보'를 연주할 때 그랬다. 단원들은 자리에서 앉았다 일어섰다 하거나 악기를 좌우로 흔들면서 파티 같은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2012년 10월 LA 필 상주홀인 월트 디즈니홀에서 만난 두다멜은 관록이 붙어 있었다. '두다멜, 베토벤을 지휘하다'라는 제목 아래 열린 콘서트에서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고,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지휘했다. 오케스트라를 악기 다루듯 완벽하게 장악하고, 자기 색깔을 입히기 시작한 마에스트로의 연주였다.

◇'엘 시스테마 운동' 기수 두다멜

두다멜을 얘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것은, 그가 한국에서도 음악 교육 운동 모델로 삼고 있는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운동이 배출한 상징적 인물이란 점이다. 호세 아브레우 박사는 폭력과 마약에 빠지기 쉬운 빈민가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나눠주고 오케스트라 교육을 통해 인격적 변화를 시도했다. 11명의 청소년으로 시작한 이 운동은 출범 4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60만 명을 배출했다. 반미(反美)를 내세운 차베스 정권 출범 이후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불편한 관계였지만, 엘 시스테마만큼은 예외였다. 두다멜의 LA 필하모닉은 엘 시스테마 운동을 벤치마킹한 LA 청소년 오케스트라(LAYO) 프로그램을 역점 사업으로 펼치고 있다.

◇말러 전문가

이번 내한 연주 레퍼토리인 말러 교향곡은 두다멜의 장기다. LA 필하모닉과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에서 각각 말러 교향곡 전곡 완주를 마쳤다. 세계적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이 LA 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9번과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의 말러 5번과 7번을, 그리고 두 교향악단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함께 연주한 말러 교향곡 8번 천인교향곡 공연 실황 영상을 냈을 정도다. '비극적'이란 부제가 붙은 말러 교향곡 6번은 말러가 딸의 죽음과 심장병을 예감한 듯, 비장하고 무겁다. 두다멜은 "어둡고 비극적이지만, 이 음악에 압도된 청중들은 행복해한다"고 말한다.

존 애덤스의 '시티 누와르'는 2009년 두다멜의 LA 필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에서 초연한 곡으로 드보르자크 신세계 교향곡과 함께 미국을 상징하는 곡이다. 두다멜은 지난주와 이번주 월트 디즈니홀에서 이 작품들을 연주한 후, 아시아 순회 공연에 나선다.


▷구스타보 두다멜과 LA필하모닉 내한공연, 25~26일 서울 예술의전당, (02)6303-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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