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를 사랑한 초콜릿

입력 : 2015.03.04 19:53   |   수정 : 2015.03.05 00:30

순간에너지 내는 발레리나 위해 설탕 대신 포도당 든 초콜릿 개발… 단맛 그대로지만 살 덜 찌고 향긋

윤영달(70)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4년 전 어느 글로벌 CEO 포럼에서 문훈숙(52) 유니버설발레단장으로부터 "발레리나들은 공연 당일엔 밥 대신 초콜릿을 먹고 순간적인 힘을 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힘을 쓰는 동작이 많아 영양분을 보충해줘야 하는데 초콜릿만 한 게 없다"는 설명이었다. 공연장 무대 뒤편 백스테이지에 가 보면, 발레리나들이 초콜릿을 눈에 띄는 곳마다 놓아두고 무대와 분장실을 오가며 집어먹는 걸 볼 수 있다. 가볍게 먹기 좋고 소화가 잘되는 데다 냄새도 향긋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콜릿은 체중 조절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는 발레리나들이 마음 놓고 먹기엔 겁나는 음식이다. 그 말을 듣고 윤 회장은 즉석에서 발레리나들도 즐겨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을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

4일 오전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난 발레리나 최지원·황혜민·김채리(왼쪽부터)가 발레리나 전용 초콜릿을 손에 올려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운동량이 워낙 많아 초콜릿을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4일 오전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난 발레리나 최지원·황혜민·김채리(왼쪽부터)가 발레리나 전용 초콜릿을 손에 올려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운동량이 워낙 많아 초콜릿을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2012년 국내 발레리나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초콜릿의 맛과 모양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이듬해엔 벨기에로 초콜릿 개발 연구원들을 파견했다. 벨기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콜릿 장인(匠人)들이 활동하는 초콜릿의 나라. 연구원들은 그중에서도 전 세계 1위 초콜릿 제조업체로 인정받고 있는 발리칼레보와 기술제휴를 하고, 몰드 디자인부터 제품 제작까지 힘을 합쳤다. 새 초콜릿 개발에만 꼬박 2년이 걸렸다.

마침내 지난해 10월 9일 발레리나 전용 초콜릿인 '발레리나 파워 시드(Ballerina POWER SEED)'가 세상에 나왔다. 발레 동작을 가미한 원뿔 형태로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다. 서아프리카 아이보리 해변에서 나는 최고급 카카오 원두만 엄선해 쓴다. 상자 겉면엔 흰색 튀튀를 입고 파세(passe·한쪽 다리를 바깥으로 구부려 서 있는 다리 무릎 앞에 붙인 동작)를 하고 있는 발레리나 그림을 넣었다.

지난 연말 윤 회장은 유니버설발레단이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할 때 초콜릿 200상자를 발레단에 협찬해줬다. 그때 처음 발레리나 초콜릿을 먹어본 수석무용수 황혜민은 "다른 초콜릿은 먹고나면 입에 단맛이 남는데 이 초콜릿은 바로 녹아서 입 안이 깔끔하고 튀는 맛이 없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장유정 크라운-해태제과 당과(糖菓)개발팀장은 "적은 양으로도 강력한 에너지 원천이 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보통 초콜릿과 달리 설탕 대신 포도당을 첨가한 것도 그 때문이다. 10개들이 1상자 열량은 490㎉로 일반 초콜릿 열량인 550㎉와 큰 차이 없지만 지방이 적어 살이 덜 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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