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클래식의 심장 '빈'을 뛰게 하다

입력 : 2015.03.04 00:24

[창단 50주년, 런던·베를린 등 유럽투어 나선 서울바로크합주단]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 常住홀
巨匠 주커만, 지휘하며 협주도
김민 "초청 받아 당당히 왔죠"
주커만 "합주단 실력, 일급"

5월 10일 주커만 부부 내한 공연

백전노장 김민(73) 서울바로크합주단 음악감독(전 서울대 음대 학장)도 연일 이어지는 강행군에는 도리가 없는 모양이었다. 지난 1일 아침 빈의 대표적 콘서트홀인 무지크페라인 근처 호텔서 만난 그의 얼굴은 피곤에 절어 있었다. 이틀 전 모스크바에서 자정을 넘기는 심야 콘서트를 갖고 새벽에 짐을 꾸려 단원들과 빈으로 날아왔다고 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바로크합주단은 창단 50주년을 맞아 지난달 23일 런던 사우스뱅크 퀸엘리자베스홀을 시작으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모스크바 콘서바토리 그레이트홀을 거쳐 빈 무지크페라인까지 유럽의 내로라하는 콘서트홀에서 순회 연주를 갖고 있다.

1일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공연을 연 서울바로크합주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홀인 이곳에서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이 지휘와 협연을 맡았다. /서울바로크합주단 제공
1일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공연을 연 서울바로크합주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홀인 이곳에서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이 지휘와 협연을 맡았다. /서울바로크합주단 제공
하지만 이날 저녁 무지크페라인에서 있을 콘서트로 화제가 옮겨가자 얼굴이 밝아졌다. "대학 시절, 동대문 시장 근처 연습실에서 시작한 오케스트라가 50년 만에 꿈을 이뤘다. 한인 교포들을 상대로 한 연주가 아니라, 유럽 공연 기획사인 스위스 가르트(GART)사 초청으로 개런티를 받고 당당하게 왔다."

이날 저녁 서울바로크합주단이 선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주홀로 매년 1월 1일 전 세계 90개국에 중계되는 빈 필 신년음악회가 열리는 곳이다. 카라얀부터 주빈 메타까지 명 지휘자들이 음악사를 수놓은 전설을 남긴 이곳은 세계 음악 수도 빈의 심장이다. 게다가 이날 바로크합주단의 메인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빈을 무대로 활약한 음악 천재들이었다.

바로크합주단 무지크페라인 공연은 핀커스 주커만(67)이 이끌었다. 1967년 정경화와 함께 레벤트리 콩쿠르 1위 자리를 나눠가진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다. 모스크바 공연부터 협연자로 나선 주커만은 이날 모차르트 협주곡 5번과 비발디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2곡을 연주하면서 지휘까지 맡았다. 캐나다 오타와 국립아트센터 오케스트라 첼로 수석인 아내 아만다 포시스와 함께였다.

시작은 멘델스존의 '현을 위한 교향곡' 10번. 주커만의 손길을 거친 바로크합주단은 한결 더 풍성하면서도 비트 있는 소리를 들려줬다. 진분홍 드레스를 입은 포시스는 남편 주커만과 눈을 맞추며 비발디를 협연했다. 트리오와 앙상블 활동을 오래 해온 부부답게 호흡이 척척 맞았다. 모차르트 협주곡 앞부분과 독주에서 주커만이 욕심을 부린 듯 바이올린이 튀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졌다. 휴식 후 포시스는 차이콥스키 '안단테 칸타빌레'와 '녹턴'을 연주했다. 악장을 겸한 김민 감독이 '안단테 칸타빌레'에서 바이올린 솔로로 포시스와 선율을 주고받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리허설 모습이다. 오른쪽 선 이가 주커만, 앞줄 흰색 티셔츠 차림이 김민 음악감독이다. /김기철 기자
피날레는 슈베르트 교향곡 5번. 지난 1월 아르메니아 출신 20대 지휘자 심바탄이 서울에서 이끈 슈베르트가 평범했다 싶었는데, 주커만은 50년 역사의 바로크합주단이 내공을 펼칠 수 있도록 솜씨 있게 거들었다. 모스크바부터 주커만의 해석이 담긴 슈베르트 악보로 연주한 서울바로크합주단은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완숙한 사운드를 냈다. 객석 대부분을 차지한 빈 청중은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앙코르로 '왈츠의 도시' 빈의 상징인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피치카토 폴카'를 슬쩍 찔러넣은 것도 성공적이었다.

리허설 직후 만난 주커만은 "바로크합주단 실력은 일급"이라고 했다. "제의를 받고 알아봤더니 함께 연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스크바와 빈, 그리고 5월엔 서울 연주도 같이하기로 했다. 시간만 허락되면 더 하고 싶은데…."

서울바로크합주단은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아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KCO)로 이름을 바꿨다. 오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백주영(바이올린) 김태형(피아노)과 함께 창단 50주년 기념 특별콘서트를 이어간다. 주커만 부부는 5월 10일 서울에서 KCO와 함께 무지크페라인 공연 프로그램을 다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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