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나이 48살 차, 궁합은 '찰떡 커플'

입력 : 2015.02.12 03:00   |   수정 : 2015.02.12 09:53

[1만명이 본 '해롤드 & 모드' 주연배우 박정자·강하늘]

초연부터 이끈 박정자와 '미생'의 배우 강하늘 호연
"하늘이, 순발력 있고 순수" "박선생님과 연극, 꿈 같아"

"커피? 얘! 지금 네 인기에 그것 가지고 되겠니?"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강하늘(25)에게 '통 크게 더 쏴라'고 권한 사람은 연극계 대선배 박정자(73)였다. 야식 차 앞에 장사진을 친 관객 500여명에게 커피에 떡볶이·어묵까지 직접 나눠 줬다. 지난 4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누적 관객 1만명을 돌파하면 간식을 제공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연극 '해롤드 & 모드'(콜린 히긴스 원작, 양정웅 연출)가 개막 26일 만에 1만명 흥행 기록을 세웠다. 주역은 극 중 나이 61세 차이인 희한한 커플이다. 80세 할머니 모드 역의 박정자와 19세 소년 해롤드 역의 강하늘이 자아내는 '궁합'이 사람들을 제대로 감동시킨 것이다.


 

연극 ‘해롤드 & 모드’의 주연을 맡은 박정자(왼쪽)와 강하늘은 극중 나이 61세, 실제 나이 48세 차인 ‘연상연하 커플’인데도 “호흡이 기막히게 잘 맞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들은 “공연이 계속될수록 관객 호응이 더 느껴져 힘이 난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연극 ‘해롤드 & 모드’의 주연을 맡은 박정자(왼쪽)와 강하늘은 극중 나이 61세, 실제 나이 48세 차인 ‘연상연하 커플’인데도 “호흡이 기막히게 잘 맞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들은 “공연이 계속될수록 관객 호응이 더 느껴져 힘이 난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연극 해롤드&모드에 출연하는 배우 강하늘이 바쁜 일정 중에도 연극을 하는 이유와 해롤드&모드에서 제일 좋아하는 대사를 얘기하고 있다/이태경기자

"하늘이는 때묻지 않고 순수한 데다 순발력도 있는 젊은 친구예요. 가끔 '해롤드'가 아니라 '강하늘'이 보여서 걱정이긴 하지만…." 분장실에서 만난 두 사람 중 박정자가 '꾸중 섞인 칭찬'을 말하자 강하늘이 넉살 좋게 받았다. "전 선생님하고 같이 연극을 한다는 게 지금도 꿈인 것 같아요!"

죽음을 동경하는 괴짜 소년 해롤드가 1960년대 대항(對抗) 문화를 한몸에 집대성한 듯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할머니 모드를 만나 우정과 사랑을 나누지만, 이별의 운명 앞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 연극의 줄거리다. '미생' 이후 '쎄시봉' '순수의 시대' '스물' 등 출연 영화의 잇단 개봉으로 정신없이 바쁜 강하늘이지만 두 달 가까이 한 배역을 한 배우가 맡는 원캐스트로 연극에 출연하고 있다.

"전 아주 쉬운 결정이었어요. 자꾸 제 연기 밑천이 드러나는데 그걸 보여줘서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2006년 뮤지컬 '천상시계'로 데뷔한 강하늘은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연기 공부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구나 어느 시대에나 필요한 소통의 이야기니까요." '박정자 선생님 기(氣)에 완전히 눌려버릴 텐데, 너 미쳤느냐'는 주변 걱정이 클수록 더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2003년 '19 그리고 80'이란 제목으로 초연했던 이 작품은 박정자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한 차례 뮤지컬을 포함해 이번이 여섯 번째 공연인데, 상대역·연출가·극장이 계속 바뀌었지만 박정자만 늘 그대로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모드는 제 역할 모델"이라고 그는 말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이 세상에 진정한 주인이 어디 있느냐'며 죽어가는 나무를 옮겨 심고 동물원 바다표범을 풀어주죠." 절대 고독의 공간인 무대 위에서 연기를 통해 스스로를 연소(燃燒)시키기에 아주 좋은 역할이라는 것이다.

우려와는 달리 무대 위의 강하늘은 박정자의 기에 눌리지 않았다. 박정자는 "얘가 아직 어려서 잘 몰라서 그래"라며 웃고는 "내가 죽을 때 슬퍼하는 장면에서 얼마나 아프게 꼬집는지 아파 죽겠다"고 했다. 강하늘은 "1막 끝에서 두 사람이 행복하게 왈츠를 추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런데 팬 중엔 박 선생님이 누군지 모르고 SNS에서 '그 할머니 배우 있잖아~'라는 사람도 있어 당황스러웠어요." 박정자가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말했다. "아유, 속상해…."


▷연극 '해롤드 & 모드' 3월 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6925-5600


 

연극 해롤드&모드에 출연하는 배우 강하늘이 바쁜 일정 중에도 연극을 하는 이유와 해롤드&모드에서 제일 좋아하는 대사를 얘기하고 있다/이태경기자
연극 해롤드&모드에 출연하는 배우 강하늘이 바쁜 일정 중에도 연극을 하는 이유와 해롤드&모드에서 제일 좋아하는 대사를 얘기하고 있다/이태경기자
연극 해롤드&모드에 출연하는 배우 강하늘이 바쁜 일정 중에도 연극을 하는 이유와 해롤드&모드에서 제일 좋아하는 대사를 얘기하고 있다/이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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