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重根의사 의거 다룬 뮤지컬, 106년 前 그 현장서 막 오르다

입력 : 2015.02.09 01:34

[뮤지컬 '영웅' 中 하얼빈 공연… 1400명 몰려, 암표상까지]

中관객들 "安의사가 이렇게 훌륭한 분인줄은…"
주연배우 "의거 현장서 공연… 감정 북받쳐 더 열심히 해"

무대에 선 배우 강태을(35)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자 박수 소리가 중국 하얼빈(哈爾濱)시 국제컨벤션센터 내 환추(環球)극장을 가득 메웠다. 안중근(安重根·1879~1910)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하는 장면이었다. 영하 22도 추위에 눈까지 내린 지난 7일 하얼빈. 헤이룽장(黑龍江)성 최대 규모의 이 극장에선 뮤지컬 '영웅'(윤호진 연출) 공연을 보기 위해 1400명의 관객이 몰렸다. 1층 좌석 가격은 880위안(15만3500원)에 이르렀지만, 암표상까지 등장했다.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다룬 창작 뮤지컬 '영웅'이 초연 6년 만에 안 의사의 저격 장소인 하얼빈에서 첫 공연을 가졌다. 안 의사 순국 105주년과 광복 70주년, 하얼빈역 안중근기념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었다.

지난 7일 중국 하얼빈 환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의 하얼빈 초연(初演)에서 안중근 역의 강태을(가운데) 등 배우들이 ‘대한독립’이라고 쓰여 있는 깃발을 흔들며 열창하고 있다(위). 이날 환추극장 내 대형 포스터가 설치된 로비에서 관객들이 뮤지컬 ‘영웅’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아래). /에이콤인터내셔날 제공·유석재 기자
지난 7일 중국 하얼빈 환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의 하얼빈 초연(初演)에서 안중근 역의 강태을(가운데) 등 배우들이 ‘대한독립’이라고 쓰여 있는 깃발을 흔들며 열창하고 있다(위). 이날 환추극장 내 대형 포스터가 설치된 로비에서 관객들이 뮤지컬 ‘영웅’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아래). /에이콤인터내셔날 제공·유석재 기자

뮤지컬 '영웅'반응은 뜨거웠다. 관객은 1막이 끝나자 환호성을 질렀다. 커튼콜 때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다. 류싱밍(劉興明) 하얼빈시 부비서장은 들뜬 목소리로 "예술적, 문화적, 역사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장줘(59)씨는 감동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안 의사에 대해 들어보긴 했지만, 이렇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인 줄은 몰랐다"고 했다. 교사 멍셩아이(31)씨는 "배우들의 열정이 대단했다. 이렇게 수준 높은 뮤지컬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뮤지컬 '영웅'의 하얼빈행(行)은 쉽지 않았다. 당초 하얼빈시 당국은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공연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해 안중근 기념관을 건립하고 한·중 관계가 무르익으면서 하얼빈 공연의 물꼬가 터졌다. 공연 성사에는 조선족인 쉬허둥(徐鶴東) 하얼빈시 문화국 부국장의 막후 역할이 컸다. 제작과 연출을 맡은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는 "중국 측 초청장이 자꾸 늦어져 몇 차례 공연이 연기된 끝에 겨우 무대에 올리게 됐다"며 "오래된 꿈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영웅'은 올해 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공연도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이번 공연을 위해 하얼빈시는 배우·스태프 체재비와 홍보비를 부담했다. 우리 측 제작비도 7·8일 이틀 동안 세 차례 공연에 3억5000만원에 이르렀다. 컨테이너 박스 5대에 가득 실은 공연 장비는 지난달 19일 인천항을 떠나 다롄(大連)을 거쳐 지난 1일 하얼빈에 도착했다. '영웅'의 복잡한 무대 시스템을 현지 공연장에 그대로 옮기기란 만만치 않았다. 무대미술가 박동우씨는 "이 극장에서 공연 한 번 하는 게 한국에서 세 번 하는 것만큼이나 힘들었다"고 했다.

공연은 큰 실수 없이 말끔하게 전개됐다. 특히 배우들의 기량이 돋보였다. 몸을 던져 연기한 안중근 역의 강태을과 설희 역의 오진영은 지사적(志士的) 결의가 배어 나오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격렬한 군무(群舞)엔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강태을은 "미리 약속한 적은 없지만, 역사적인 장소에서 공연하다 보니 감정이 북받쳐 더 열심히 한 것 같다"고 했다. 윤호진 대표는 "다들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 공연한 것"이라며 웃었다. 디지털 기술을 아날로그 무대에 접목해 실제 기차가 질주하는 듯한 효과를 낸 장면에서는 객석에서 탄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영웅'의 하얼빈 공연은 한국 뮤지컬의 중국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날 공연 대사는 대부분 한국어였고 중국어 자막을 띄웠다. 하지만 극 중 중국인 남매 '왕웨이'와 '링링'의 대사 일부를 중국어로 처리해 현지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윤 대표는 "향후 '영웅'의 중국어 현지 공연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웅'의 여덟 번째 국내 공연은 4월 14일부터 5월 3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이어진다.


☞ 뮤지컬 '영웅'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주년인 2009년 초연된 이래 국내에서 7차례 공연됐고, 2011년에는 미국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오른 대형 창작 뮤지컬이다. 이토 히로부미를 태운 열차가 무대로 들어와 멈추는 압도적인 무대 영상으로 화제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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