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지 국립발레단 명예예술감독, 내일 김주원과 발레 토크 콘서트
"한국발레의 놀라운 성장 빚어낸 무용수들 노력 보여주고 싶어"
하지만 2013년 말 자진해서 단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그는 한동안 발레를 떠난 듯 보였다. 1년여 만에 3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발레리나 김주원(37)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그는 "단체의 수장으로서 말할 수 없이 행복했지만 항상 긴장 속에 살았다. 1년 정도는 다 내려놓고 쉬고 싶었다"고 했다. "그랜드캐니언, 나이아가라 폭포처럼 제가 안길 수 있는 대자연으로 여행 다녀왔어요. 집에서 김치찌개, 갈비탕, 10시간씩 곰국도 열심히 끓이고요(웃음)."

10일 경기도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이는 '모닝톡톡톡1 최태지, 발레를 톡하다'는 그가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창단한 '최태지 댄스컴퍼니'와 함께 여는 첫 공식 무대다. 예전의 '해설…'이 작품 내용과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는 데 치중했다면, 이번 프로그램은 토슈즈 밑바닥에 소금처럼 달라붙은 발레 무용수들의 땀과 애환을 이야기(talk)한다. 김주원(로맨틱 발레)이 첫 '타자'. 4월엔 무용수이자 안무가 김용걸(모던 발레), 6월엔 '발레의 교과서'라 불리는 발레리노 이원국(클래식 발레)이 온다.
김주원을 볼살 토실토실한 열여섯 때부터 봐온 최 감독은 "주원이는 내 '1호 제자'이자 한국 발레가 세계로 날아오를 수 있게 유명 안무가들에게 영감을 준 뮤즈"라고 했다. 김주원도 "선생님은 단원들이 게을러지고 싶은 순간 좋은 작품을 가지고 와서 계속 몸을 불사르게 해주신 분이다. 하지만 발레단 시절엔 선생님 목소리만 들리면 기둥 뒤로 숨었을 만큼 무시무시한 단장님이었다"고 했다. "선생님은 선배들 의상까지 저희에게 치우라 하셨고, 연습실의 대형 거울도 닦게 하셨어요. 예의와 겸손을 가르치시려고요. 처음엔 원망스러워서 탈의실에서 엉엉 울었어요(웃음)."
70분 동안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김주원이 연습복을 입고 무대에서 몸을 푸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어 김주원이 추는 '빈사의 백조', 성신여대 교수인 그녀의 제자들이 선보이는 '만남' '해적' 등이 펼쳐진다. 그래서 최 감독은 이번 공연을 "이전에 했던 '해설…'과 그간 멋지게 성장한 한국 발레의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훑어볼 수 있는 종합 기록 창고"라고 정의했다.
"우리나라 발레 레퍼토리는 놀랍도록 두터워졌는데 정작 그 성과를 빚어낸 무용수들은 잊히고 있어요. 발끝으로 쏟아내야 하는 땀이 어마어마한데 공연이 끝나면 잊히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워요. 가장 슬픈 지젤이 되기 위해, 가장 아름다운 오데트 공주가 되기 위해 무용수들이 어떻게 몸을 던졌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려고 해요."
▷10일 오전 11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 (031)828-5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