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 손녀 "遺作(유작) 1만점 팔겠다"

입력 : 2015.02.06 01:16

경매 아닌 개인적 경로로… 미술계 상당한 파장 일 듯
"피카소의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파"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손녀 마리아 피카소(64·사진)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미술품 1만여점을 팔기로 결정했는데, 이를 모두 경매회사 대신 개인적 경로로 판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값비싼 미술품 거래는 보통 소더비나 크리스티와 같은 유명 경매회사를 거친다. 하지만 마리아가 이런 관행을 따르지 않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미술계에 상당한 파장이 생길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내다봤다.

할아버지 작품을 팔기로 결심한 이유에 대해 마리아는 "피카소의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 파울로는 일정한 직업이 없이 할아버지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했다.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1973년 피카소가 사망했을 때, 피카소의 두 번째 부인으로부터 장례식 참석을 제지당한 마리아의 오빠는 며칠 후 표백제를 마시고 자살했다.

마리아는 "사람들은 내가 엄청난 유산을 받았다고 했지만, 그 안에 할아버지의 사랑은 없었다"고 했다. 상징적으로 마리아는 첫 번째로 팔 작품을 예고했다. 피카소가 1935년에 그린 '가족(La Famille)'이라는 작품이다.

뉴욕의 미술품 연구기관인 아트넷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미술품 경매 거래는 17조5000억원 규모였으며 그중 피카소 작품 거래가 약 4900억원에 달했다. 마리아는 피카소와 첫 부인인 러시아 발레리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파울로의 딸이다. 그녀는 5만점에 달하는 피카소의 전체 유작(遺作) 중 5분의 1을 상속받았다.

마리아는 경매회사를 통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예전에 소더비를 통해 두 점을 팔아봤지만 결과가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가 작품을 판 돈으로 기부한다는 게 미리 알려졌었기 때문에 후한 값이 나올 걸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다. 마리아는 이번에 작품을 판 돈으로 베트남에 소아마비 환자들을 위한 병원을 짓고, 프랑스와 스위스에도 불우이웃을 위한 시설을 세울 계획이다. 그녀는 작년 한 해에만 18억원 넘게 기부했다. 결혼을 하지 않고 5남매를 키웠는데, 그중 셋은 베트남에서 입양한 자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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