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예술감독 자격 논란에 발목 잡힌 국립 오페라단

입력 : 2015.02.04 00:37

한예진 감독에 "경력 부족" 是非… 월급 없는 특임교수가 대표경력

3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립오페라단 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한예진 신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를 직접 제작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국립오페라 단장을 하신 분들도 이전에 (단장을) 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저와 비슷한 조건이었다. 젊고 어린 게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한예진(44) 신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올해 국립오페라단 제작 작품과 운영 방향을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질문 대부분은 한 감독의 자격 논란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감독이 됐는지 아는 대로 밝혀 달라." "경험과 경력 부족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세계무대에서 큰 호평을 받은 가수로 소개됐는데, 어떤 무대에 섰는지 소개해달라."….

이런 질문이 나온 이유는 지난달 한 감독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오페라단 수장(首長)으로 임명되자 경력에 걸맞지 않은 의외의 인선이라는 반응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국립오페라단이 2008년 올린 오페라 '살로메'에 주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고, 민간 오페라단 무대에 서 왔지만 국립오페라단을 맡을 만큼 경력이 뛰어난 성악가는 아니라는 게 음악계 중론이다. 하지만 문화부는 지난달 한 감독 임명을 알리는 보도 자료에서 '유럽과 일본에서 오페라 주역 가수로 활동하며 국제무대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한 감독은 이날 "이탈리아 베네치아 근처 작은 도시에서 '라 트라비아타'로 데뷔했고, 여름 페스티벌 무대에도 섰지만 세계적인 소프라노는 아니다"고 밝혔다. 문화부 보도 자료가 부풀려졌다는 얘기다.

문화부가 보도 자료에서 한 감독의 현직을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로 앞세운 것도 논란거리다. 상명대에 따르면 "산학협력단 특임교수는 외부에서 프로젝트를 따오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자리로 월급은 따로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이날 "상명대 평생교육원에서 객원교수로 강의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특임교수까지 됐다. 학교 홍보 효과에 도움된다고 추천받은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한 감독의 설명을 들어봐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을 맡을 만한 경력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 성악가들은 지금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잇따라 주역으로 활약하며 K클래식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오페라계 종가(宗家) 노릇을 해야 할 국립오페라단은 10개월이나 예술감독이 공석(空席)이었고, 뒤늦게 임명된 예술감독까지 자격 시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이런 논란을 자초한 것은 예술감독 임명권을 갖고 있는 문화부와 문화부 산하단체 기관장 임명까지 좌우한다고 알려진 청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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