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뮤지컬 공연 김현준 감독]
아베 역사왜곡 본 후 대본 작업… 일본계 배우도 7명, 올 7월 초연
"아시아 대표 뮤지컬 만들고 싶어"
"위안부 역을 맡은 외국 여배우들이 눈물을 터뜨리는 바람에 대본 연습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아요. 2차대전이 끝난 지 70년이나 됐지만,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인종이나 세대에 관계없이 가슴 아픈 역사라는 증거죠."
오는 7월 뮤지컬의 메카인 미국 뉴욕에서 위안부를 다룬 창작 뮤지컬 '컴포트 우먼'을 공연하는 김현준(25) 감독은 "준비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게 뭐냐"는 질문에 "우는 여배우들 진정시키기"라고 답했다. 김 감독이 미국인 극작가들과 함께 쓴 대본엔 원래 우는 장면이 없다. "관객에게 억지 눈물을 강요하기 싫었어요. 사실을 담담하게 전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 몫으로 남겨두고 싶었죠." 우는 장면이 없는데도 배우들이 연습 도중 자꾸 우는 바람에, 이를 진정시키느라 애먹었다는 얘기다.
'컴포트 우먼'은 뉴욕 오프브로드웨이(Off-Broadway) 최대 극장인 '세인트 클레멘츠'에서 7월 3일부터 2주간 16회 공연을 갖는다. 그동안 위안부를 다룬 영어 연극은 뉴욕에서 2차례 공연된 적이 있지만 영어 뮤지컬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프브로드웨이란 상업적 뮤지컬이 중심인 브로드웨이와 달리, 예술성·사회성을 갖춘 작품들을 주로 무대에 올리는 브로드웨이 외곽 극장군(群)을 말한다.
이 뮤지컬에는 일본계 배우 7명을 포함한 배우 46명과 스태프 35명이 참여한다. 배우 중 네덜란드 출신 위안부 역을 맡은 백인 여배우 1명을 빼곤 모두 한국·일본·중국 등 아시아계다. 작년 아시아계 배우들을 상대로 오디션을 했는데, 688명이나 모여 김 감독을 놀라게 했다. 오디션을 통과한 배우 대부분은 처음엔 위안부라는 존재를 잘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뮤지컬 준비 과정에서 영어로 출간된 위안부 서적을 탐독하고,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에 실린 기사를 스크랩해 읽으며 지금은 나름 전문가가 됐다.
"일본계 배우들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일본계 미국인들은 2차대전 때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 정부에 의해 강제 수용된 아픔을 겪었다"면서 "이 때문에 누구보다 인권문제에 대해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모집책 역을 맡은 하와이 태생 에드워드 이케구치씨는 "일본이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교훈을 얻지 않으면 역사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현재 뉴욕시티칼리지 연극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 감독은 졸업을 늦추고 이번 작품에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교내 발표 형식으로 10여 편의 뮤지컬과 연극을 연출해 본 적은 있지만, 오프브로드웨이에 올릴 만큼 큰 공연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2년 말 재집권한 후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을 보고 미국인들에게 뮤지컬 형식을 빌려 역사의 진실을 거부감 없이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엔 소규모로 생각했는데 2년 넘게 대본 작업을 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스태프들과 투자자들 격려에 힘을 얻어 오프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게 됐다고 했다. 올해 공연에 필요한 자금 5만달러는 16명의 미국인 투자자가 댔다.
김 감독의 꿈은 '컴포트 우먼'을 '라이언킹'이나 '미스사이공'처럼 브로드웨이 상설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그는 "투자자를 더 유치하고 무대와 특수효과를 개선하는 등 작품 수준을 한 차원 높여 아시아를 대표하는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