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음악·연기·안무의 완벽한 부조화

입력 : 2015.01.15 00:35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쇼미디어그룹 제공
국내 초연인 프랑스산(産) 라이선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사진〉의 장점은 남녀 주인공인 주진모(레트 역)과 서현(스칼릿 역)의 분장한 외모가 1939년 할리우드 영화에 근접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뿐이다.

개막일인 9일과 4일 뒤인 13일 이 작품을 두 번 봤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힌 김치로 각각 아주 강하게 맛을 낸 삼합을 삼키는 것 같았다. MR(반주 음악)은 스피커와 우퍼의 전(全) 채널을 최고 수준으로 튼 듯 귀청을 울렸고, 배우들의 대사와 노래는 악을 쓰는 것처럼 들렸다. 고난도의 현대 무용 공연 같은 안무는 아크로바틱과 비보잉을 넘나들었다. 무엇 하나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영화(4시간)의 절반 정도 시간에 스토리를 집어넣으려면 치밀한 압축이 필요하지만, 뮤지컬은 그냥 하이라이트 장면의 연속이었다. 키스 신이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신 등 영화에서 유명한 장면은 반드시 재현하려는 강박증마저 느껴졌다.

마거릿 미첼의 원작 소설에서는 배경이 된 남북전쟁기의 남부를 '기사와 숙녀가 공존하던 곳'이라는 향수와 함께 묘사했다. 그러나 이 프랑스 작품에선 자유와 평등을 갈망하는 노예들의 군무가 1막과 2막에 한 번씩 뜬금없이 등장한다. '미국 문학의 68혁명적 해석'인 것도 같지만, 정작 주인공들이 나오는 다른 장면과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1막 끝에서 스칼릿이 '위키드'의 초록 마녀처럼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은 기가 찰 지경이었다.

서현은 첫 노래부터 숨이 가빠 보였고, 주진모는 고음과 저음을 가리지 않고 불안했다. 화려한 듯한 무대 장치는 자세히 보면 마분지풍의 조악한 질감이 드러났으며, 조명은 저가(低價) 나이트클럽 같았다. 한마디로 '클래식의 휴게소 음악 편곡판'이라 할 만했다. 지난해 실패작이란 말을 들은 '태양왕'은 그래도 음악과 커튼콜은 나쁘지 않았었다.


▷2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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