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韓義軍, 그분들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다

입력 : 2015.01.06 03:00   |   수정 : 2015.01.06 10:08

[안중근 의사 연극 '나는 너다' 제작·연출 맡은 윤석화]
"서양이 모르는 '우리의 것', 작품으로 발굴해 올리겠다"

"나는 연극 하나 지키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이 길을 걸어갔을 그분들의 삶은 얼마나 곤고(困苦)했을까." 몇 해 전, 안중근 의사와 대한의군의 러시아 연해주 자취를 밟으면서 연극인 윤석화(59·돌꽃컴퍼니 대표)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안중근 장군뿐 아니라 역사 속에서 스러진 대한의군(大韓義軍)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안 의사를 '장군'이라고 불렀다.

2010년 영국으로 건너간 뒤 4년 만인 지난해 귀국한 윤석화는 요즘 '안중근 연극'에 푹 빠져 있다. '윤관순' '윤다르크'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1000석 규모의 서울 신사동 BBCH홀에서 지난해 11월 시작한 '나는 너다'(정복근 작)의 제작과 연출을 맡은 것이다. 이 연극은 '국내 대극장 연극 중 최장(最長) 공연'이라는 기록 하나를 세우게 된다. 당초 공연 기간은 지난해 말까지였으나, 6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연장 공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만난 윤석화는 “위인의 이면에 있는 가족사의 비극도 짚으려 했다”고 말했다. /남강호 기자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만난 윤석화는 “위인의 이면에 있는 가족사의 비극도 짚으려 했다”고 말했다. /남강호 기자
안중근 의사 서거 10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연극 '나는 너다'의 연출을 맡은 배우 윤석화가 2014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아직 극장 인지도가 낮을뿐더러 편하게 볼 수 있는 연극이 아니어서 흥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두 달 넘게 무대에 서는 주연 배우 송일국도 TV 프로그램 스케줄을 보류해 가며 역할에 몰두하고 있다.

윤석화는 1991년 미국 대학 서머스쿨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이 동양이라면 중국·일본 것에만 관심이 있더라. 너무 속상했다." '우리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역사 인물을 발굴해 작품에 올리는 일을 평생의 업(業)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그가 주연을 맡은 '덕혜옹주'(1995)와 '나, 김수임'(1999)이 그래서 나왔다. 모두 거대한 역사의 파도 속에서 희생된 인물이다. '나는 너다'에서 송일국이 안중근 의사와 함께 1인 2역을 맡은 아들 안준생도 그렇다.

황량한 벌판으로 표현된 연극 무대와 은유적 표현들은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고, 나신으로 등장하는 대한의군 역 배우들은 시각적인 충격을 준다. "나는 지금껏 무대에 설 때마다 발가벗고 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도 그랬을 것이다. 자기를 다 내던진 것이기 때문이다." 극 중 단지동맹 서명자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윤석화는 박수를 친다. "남들이 '어머, 자기가 만들어 놓고 자기가 박수를 쳐?'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맑기 때문에 자신을 던질 수 있었던 사람들 앞에서 늘 감동을 받는 걸 어쩌겠는가."


▷연극 '나는 너다' 31일까지 신사동 BBCH홀, (02)3672-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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