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대형 뮤지컬 2편 무대·연습 현장 미리 가보니
[노트르담 드 파리]
바퀴 형틀 매달려 5바퀴 굴러… 고난도 곡예와 정교한 무대
"한번 해 보시겠습니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이하 '노트르담') 월드 투어팀의 총괄 매니저인 카를로 클레리코(41)가 공연장인 대구 계명아트센터의 백스테이지를 취재하고 있던 기자에게 권했다. 1막에서 주인공 콰지모도가 매달린 채 등장하는 '바퀴 형틀'이었다. 다람쥐 쳇바퀴 형상의 형틀에 대(大)자로 손발이 묶인 채 옆으로 한 바퀴 구른 순간 피가 거꾸로 몰려 현기증이 생겼다. 동전이 우수수 바닥에 떨어졌다. "실제 공연에선 배우가 5바퀴를 구르고 나서 노래를 부릅니다."
무대가 단조로워 보이는 '노트르담'이지만, 무대 뒤의 모습은 달랐다. 성당 외벽을 표현한 후면 장벽은 높이 9m, 4층 구조의 거대한 철제 건물이었다. 곡예 팀이 줄에 매달려 암벽타기 하듯 밟아야 하기 때문에 표면은 단단한 유리섬유 재질이며, 배우들이 벽 곳곳에 뚫린 구멍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을 위해 복잡한 계단이 연결돼 있었다. 여주인공 에스메랄다가 위에 올라타 노래를 부를 때 앞으로 나오는 기둥 하나는 스태프가 안에서 수동으로 움직였다.
'노트르담'이 무척 신경 쓰는 부분은 조명. 세계 어디서든 현지 공연장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설비를 지니고 다닌다. 순식간에 정교하게 바뀌는 조명은 극의 분위기와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보이지 않는 배우'였다.
9년 만에 진행되는 '노트르담'의 월드 투어는 지난 13일 경주에서 시작했고, 5일 뒤에는 대구로 공연장을 옮겼다. 주최 측은 "2005년 내한 공연 때 받았던 커다란 호응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대구 첫 공연에서 콰지모도 역의 매트 로랑은 심장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목소리로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를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 곧 '노트르담' 1000회 출연을 맞게 될 전망이다.
▷내년 1월 15일~2월 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41-6236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빠르고 강한 음악·격렬한 안무스칼렛 役, 바다·서현 캐스팅
"허리를 안아. 그렇지!" "아, 반대로 해야지."
연출진 중 한 명인 배우 김장섭이 소리쳤다. 지난 23일 저녁, 서울 충무아트홀의 한 연습실에선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하 '바람')의 유명한 키스 장면이 시연되고 있었다. 레트 역의 주진모가 스칼렛 역의 바다를 끌어안고 노려보며 "날 봐!"라고 하자 바다가 그만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바다는 이내 감정을 제대로 실어 "지금 날 떠나보낸다면 당신 정말 용서하지 않을 거야!"란 대사를 소화했다.
2003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바람'은 마거릿 미첼의 소설(1936)과 할리우드 영화(1939)를 바탕으로 한 대작 뮤지컬이다. 레트 버틀러 역에 주진모·김법래·임태경, 스칼렛 오하라 역에 바다와 서현이 캐스팅됐다. 연습실에서 지켜본 '바람'은 프랑스 뮤지컬답게 샹송과 록을 아우르는 빠르고 강한 음악이 질주하듯 이어지며 인물의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쉽게 보지 마, 놀고 버릴 그런 여자 아니야"라는 1막 스칼렛의 노래처럼 직설적인 가사가 극적 효과를 더했다.
안무는 격렬했다. 이날 무용수 한 명이 다리 부상을 입을 정도였다. 주목할 만한 곳은 흑인 노예들이 목화 더미를 끌고 뒹굴며 '검다는 건'을 부르는 부분. 원작에 없는 장면을 통해 이름 없는 다수의 절절한 고통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적벽가'의 군사설움타령을 떠올리게 했다.
걸그룹 S.E.S 출신의 바다와 소녀시대 멤버 서현은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스칼렛 연기에 대해 의논했다. 웨이브진 머리를 양쪽으로 늘어뜨린 서현의 모습은 영화 속 비비안 리에 좀 더 근접해 있었고, 세밀한 감정을 노래 속에 담은 바다는 가창력 쪽에서 앞서 있었다. 서현이 극중 10대 소녀다운 모습을 잘 표현했다면, 바다는 전쟁의 참화 속에서 생존하고 싶어하는 여인의 모습이었다.
▷내년 1월 9일~2월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77-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