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이런 것 못견뎌…서울시에 그만둔다 했다"

입력 : 2014.12.10 14:07   |   수정 : 2014.12.10 14:10
박현정(52)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이사와 내부 갈등을 빚고 있는 정명훈(61) 서울시향 예술감독은 10일 "처음에는 (박 대표가) 내게 잘하고, 일을 잘 하는 것 같고, 영리하고 해서 처음에는 참아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이날 세종문화예술회관 예술단체동 서울시향 리허설룸에서 단원들에게 "그러나 일주일 전 서울시에 '이런 것에 못 견디겠다고 했다. 그래서 (예술감독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조용하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자신에 대한) 이상한 말이 나돈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알려지는 것이고"라고 밝혔다.

정 예술감독의 임기는 이달 말로 끝나게 돼 있으며 서울시 입장에서는 정 예술감독 같은 거장을 놓치면 그 빈자리를 메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박 대표는 정 예술감독이 이처럼 서울시가 자신과의 재계약을 간절히 원하는 점을 이용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자신의 교체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향 사무국 일부 직원들이 호소문을 낸 배경에도 정 예술감독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 감독은 "문제가 생긴 건 제 책임입니다. 난 원래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그러는 지 모르는 사람이에요. 집안에서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모릅니다. 누가 내게 누구냐고 물으면 첫째로 나는 인간, 둘째로 음악가다라고 해요."라며 음악외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현정 대표의 막말에 대해서는 "이것을 알게 된지 꽤 오래됐다"고 밝힌 정감독은 "인권 침해 문제죠. 1년도 넘었는데 처음 들었을 때 직원들이 고생하고. 사람이 아닌 것처럼 막,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직원들은 참아본다고 했는데 나는 그런 건 못 참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감독은 "본래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요. 해결될 때까지 책임이 있기 때문에"라고 덧붙였다.

이날 운집한 기자들을 향해 "왜 이렇게 모였는지 모르겠다. 연습하러 왔지, 더 이상 할말이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정 예술감독은 12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서울시향과 함께 '하나 클래식 2 - 정명훈과 지안 왕'을 펼친다. 이후 13일 통영음악회에 참여한다.

박 대표가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에 대해 막말·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은 그녀가 정 감독이 시향을 사조직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내부싸움으로 변질됐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오후로 예정된 서울시향 업무보고에 정 감독이 불출석을 통보하고 서면질의를 요구해왔다면서 보고를 무기한 연기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이사들과 박 대표 해임안 상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서울시향 단원들은 박 대표의 사임을 종용하는 성명서를 준비 중이다.

이날 정 감독에 앞서 출근한 박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해임안 건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며 단원들의 성명서 준비에 대해 "단원들은 당연히 슬플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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