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연기·음악·무대 꽉 채우고 달린 '부츠'

입력 : 2014.12.08 00:27

킹키부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드랙퀸(여장 남자 가수) 롤라가 자신을 못마땅해하던 공장 직원 돈에게 이 말을 할 때, 객석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올해 국내 뮤지컬계 최대 기대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킹키부츠(Kinky Boots)'가 프리뷰(사전 공연)를 마치고 정식 개막한 5일 저녁, 15곡의 넘버(삽입곡)가 끝날 때마다 관객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열광적인 박수를 쏟아냈다. 연기와 노래, 화려한 군무, 무대 장치 모두 러닝타임 2시간 30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질주하는 꽉 찬 공연이었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1막 마지막 장면. 찰리(김무열·가운데 장화 든 사람 중 오른쪽)와 롤라(오만석·그 왼쪽)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가 킹키부츠의 첫 생산 제품을 들고 직원들과 함께 삽입곡 ‘함께 외쳐봐’를 부르고 있다. /CJ E&M 제공
뮤지컬 ‘킹키부츠’의 1막 마지막 장면. 찰리(김무열·가운데 장화 든 사람 중 오른쪽)와 롤라(오만석·그 왼쪽)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가 킹키부츠의 첫 생산 제품을 들고 직원들과 함께 삽입곡 ‘함께 외쳐봐’를 부르고 있다. /CJ E&M 제공

지난해 토니상 6개 부문에서 수상했던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단순한 편이다. 1980년대 영국 노샘프턴, 주인공 찰리는 망해가는 구두 공장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고 고민하다 드랙퀸 롤라를 만나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다. "여자들이 신는 부츠를 남자가 신으니 내구성이 떨어져 매번 굽이 떨어져 나간다고? 그럼 튼튼한 부츠를 만들면 되겠네!" 길이 80㎝짜리 여장 남자용 장화를 전문적으로 생산하자는 말에 직원들은 기겁을 하지만, 온갖 난관을 뚫고 마침내 성공 신화를 쓰게 된다.

이야기에 힘과 재미를 실은 것은 왕년의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사·작곡을 맡은 노래들. 드랙퀸들이 힐을 신고 신나게 춤을 추는 '섹스 이스 인 더 힐' 같은 삽입곡은 아련한 1980년대 정서를 떠올리게 하면서 저절로 어깨를 들썩거리게 했다.

미국 제작 과정에서부터 투자를 했던 CJ가 세계 첫 라이선스(공연권)를 가져온 이번 공연은 영어 아닌 언어로 이뤄지는 최초의 '킹키부츠'이기도 하다. "왜? 내 복장(服裝)이 네 복장(腹臟)을 터지게 하니?" "돈, 돈, 돼지 돈(豚)씨"처럼 재치 있는 한국어 대사도 돋보였다.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는 찰리 역의 김무열은 감정 폭이 깊은 노래와 연기로 자칫 가볍게 흐를 수도 있는 작품에 무게중심을 잡았다. 롤라 역을 맡은 오만석은 "브로드웨이에서 같은 역으로 출연했던 빌리 포터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몸을 던져 몰입한 연기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가 옷을 바꿔 입고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선 여성 관객의 비명이 터졌다.

이 뮤지컬은 결국 아버지로부터 인정받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싶어 몸부림치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두 사람의 아역이 아버지들과 해후하는 마지막 장면이 감동적인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세상과 맞서 싸울 용기가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남자"란 대사의 울림 또한 컸다.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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