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위해 38년… 이번엔 날 위한 음악회 하고 싶어요

입력 : 2014.11.12 23:58

'바이올린 代母' 김남윤 교수 정년 기념 음악회 열려

/미스트미디어 제공
"스물일곱 살 때부터 가르치기 시작해서 38년간 제자들을 키우며 별일을 다 겪었어요. 조용히 넘어갈까도 했는데, '수고했다, 남윤아'라며 스스로 위로하는 음악회를 한번 하고 싶더라고요."

한국 바이올린의 대모(代母)로 통하는 김남윤(65·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교수가 2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정년 기념 음악회를 갖는다. 후배인 김대진 한예종 교수가 이끄는 수원시향과 함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2번과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협연한다.

김 교수는 1977년 경희대 교수를 시작으로 서울대를 거쳐 1993년 한예종 개교 때부터 제자를 양성해왔다. 경희대 음대 학장을 지낸 정준수와 양고운(경희대) 김현아(연세대) 이경선·백주영(이상 서울대) 유시연(숙명여대) 등 대학교수가 된 제자들이 수두룩하다. 서울시향 부악장인 신아라, 신지아 자매, 권혁주, 클라라 주미 강, 장유진에 이어 열네 살 이수빈까지 모두 그의 제자들이다.

김남윤은 바이올린을 전공하면 으레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 가야 한다는 속설을 깨고 국내에서 제자들을 키워 세계무대에 진출시킨 스승으로 이름났다. 그에게서 배운 토종(土種) 연주자들이 국제 콩쿠르에 나가 입상한 상장과 트로피만 모아도 방 하나 가득 채울 정도다. 엊그제에도 뉴욕에서 열린 '2014 영 콘서트 아티스트 국제 오디션' 결선에서 이수빈이 1위를 차지, 뉴욕 링컨센터와 워싱턴 케네디센터에 데뷔할 기회를 따냈다. 김 교수 자신도 차이콥스키, 퀸 엘리자베스, 시벨리우스, 파가니니 콩쿠르 등 세계 유수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초빙될 만큼, 교육자로서의 명성이 해외에 널리 알려졌다.

"스코틀랜드 환상곡은 학생 때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손대기가 무서운 곡이었어요. 이번에 안 하면 평생 못해볼 것 같아 골랐습니다. 모차르트 협주곡 2번도 다른 협주곡에 비해 많이 연주하지 않는 곡입니다. 낮에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저녁에 집에 와서 연습하느라 정신없네요."

수원시향에는 김동현·한경진 두 악장을 비롯, 그에게 배운 제자들이 15명이나 된다. 김남윤은 "제자들이 가장 많은 수원시향과 정년 연주회를 하게 돼 더 뜻깊다"고 했다. 교수로서 정년을 맞지만, 연주와 교육은 이어진다. "손가락이 돌아가는 한 연주는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한예종 부설 예술영재교육원 원장으로 어린 영재들을 키우는 일도 이어진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정년기념 음악회, 2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02)541-3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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