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1.07 00:21
화류비련극 '홍도'
이 무슨, 난데없이 심금(心琴)을 울리는 순정(純情)이란 말인가. '푸르른 날에'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으로 숱한 관객을 울리고 웃겼던 연출가 고선웅의 신작은 뜻밖에도 화류비련극(花柳悲戀劇)이란 간판을 내건 '홍도'다. 극작가 임선규의 1936년 신파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를 각색한 연극이다.
무대는 그냥 아무것도 없이 새하얗다. 위쪽에 사람 인(人) 자를 큼지막하게 써서 지붕을 표현했을 뿐이다. 그 아래가 기생집도, 대갓집도 되니 알아서 상상하라는 것이다. 음악도 최소한으로 절제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객은 오직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연출이 정말로 '심금을 울린다'. 오빠의 학비를 벌기 위해 기생이 된 홍도가 부잣집에 시집을 가지만 악독한 시어머니와 남편의 약혼녀인 신여성의 음모로 버림받는 줄거리는 원작 그대로다. 그러나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에는 장면마다 방점을 찍는 듯한 힘이 실렸고, 연극 속 격렬한 갈등이 곧바로 관객에게 체험처럼 전달됐다. 주인공은 줄곧 '비련의 여인'으로 남는 대신 끝에 가서 적극적인 복수를 선택한다. "왜 나이가 들어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 못하는 것이냐"며 기성 사회를 꾸짖기도 한다.
긴 문어체적 대사를 속사포처럼 읊거나 곳곳에서 짤막한 개그를 구사하는 고선웅식 유머 감각도 여전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체포돼 끌려가는 홍도를 보며 시아버지가 "저 아이를 위해 꽃잎을 뿌려라"고 외치자, 돌연 스태프 한 명이 들어와 꽃잎이 가득 든 보따리를 무대에 툭 던지고 간다. 배우들이 이 꽃잎을 부채로 부치자 하얀 무대는 돌연 선연한 핏빛으로 물든다. 오래전 잊힌 것으로 여겨졌던 '순수'와 '의리'의 가치가 극적으로 부활하는 희귀한 시각적 경험이다.
주인공 예지원(더블캐스트)의 연기는 이 애절한 순정에 바싹 각을 세웠다. 세상사가 성가시다는 듯 대사를 내뱉는 서생 월초 역을 맡은 배우는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연출가 김철리다.
▷1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공연 시간 110분, 1666-5795
무대는 그냥 아무것도 없이 새하얗다. 위쪽에 사람 인(人) 자를 큼지막하게 써서 지붕을 표현했을 뿐이다. 그 아래가 기생집도, 대갓집도 되니 알아서 상상하라는 것이다. 음악도 최소한으로 절제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객은 오직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연출이 정말로 '심금을 울린다'. 오빠의 학비를 벌기 위해 기생이 된 홍도가 부잣집에 시집을 가지만 악독한 시어머니와 남편의 약혼녀인 신여성의 음모로 버림받는 줄거리는 원작 그대로다. 그러나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에는 장면마다 방점을 찍는 듯한 힘이 실렸고, 연극 속 격렬한 갈등이 곧바로 관객에게 체험처럼 전달됐다. 주인공은 줄곧 '비련의 여인'으로 남는 대신 끝에 가서 적극적인 복수를 선택한다. "왜 나이가 들어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 못하는 것이냐"며 기성 사회를 꾸짖기도 한다.
긴 문어체적 대사를 속사포처럼 읊거나 곳곳에서 짤막한 개그를 구사하는 고선웅식 유머 감각도 여전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체포돼 끌려가는 홍도를 보며 시아버지가 "저 아이를 위해 꽃잎을 뿌려라"고 외치자, 돌연 스태프 한 명이 들어와 꽃잎이 가득 든 보따리를 무대에 툭 던지고 간다. 배우들이 이 꽃잎을 부채로 부치자 하얀 무대는 돌연 선연한 핏빛으로 물든다. 오래전 잊힌 것으로 여겨졌던 '순수'와 '의리'의 가치가 극적으로 부활하는 희귀한 시각적 경험이다.
주인공 예지원(더블캐스트)의 연기는 이 애절한 순정에 바싹 각을 세웠다. 세상사가 성가시다는 듯 대사를 내뱉는 서생 월초 역을 맡은 배우는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의 연출가 김철리다.
▷1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공연 시간 110분, 1666-57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