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겨울 대형 新作 뮤지컬 중 첫 개막
뛰어난 음악·무대·배우 갖췄지만 막장드라마식 빈약한 인물 설정
역사 해석은 시대착오에 머물러
압도적인 화려함이었다. 올겨울 신작 대형 뮤지컬 중 지난 1일 가장 먼저 막을 올린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의상과 무대에서부터 "다른 뮤지컬은 잊으라"고 말하는 듯했다. 1780년대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궁정 무도회는 로코코양식의 화려한 가발과 풍성한 치마로 빈틈이 없었으며, 베르사유 정원에서 빈민가, 재판정, 사형장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무대장치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실베스터 르베이의 음악은 과연 그 분위기에 걸맞은 웅장함과 서정성을 지니고 있었다. 넘버(삽입곡) '최고의 여자'가 꿈꾸는 듯한 사랑의 감정을 드러냈다면, '더는 참지 않아'는 뱃속에서 끓어오르는 의지를 나타냈다. 풍부한 성량으로 다채로운 음색을 표현한 옥주현(마리 앙투아네트 역)과 명료한 발성으로 당찬 연기를 보인 윤공주(마그리드 아르노 역) 등 주연배우들의 역량도 뛰어났는데, 2막에서 감금된 왕비와 위장 하녀로 만난 두 사람이 펼친 이중창은 그야말로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드라마의 구성은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 프랑스혁명기 왕비와 빈민이라는 극과 극의 두 여인이 빚어내는 갈등이 기본 틀이지만, 왕비 마리는 불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순진무구한 인물이고, 혁명의 선봉에 서는 빈민 마그리드는 대의(大義)보다는 자기 잇속을 먼저 챙기는 캐릭터다. 이러다 보니 갈등의 각(角)은 금세 짜임새가 허물어지고 겉돈다. 두 사람의 진짜 관계를 밝히는 마지막의 막장 드라마 식 설정은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숱하게 나오는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 역시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혁명을 앞두고 모든 등장인물이 무대로 나와 합창하는 1막 끝 부분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연상시켰으며, 우스꽝스러운 악역인 헤어드레서·디자이너 커플 역시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테나르디에 부부의 복제품 같았다. 왕비의 내연남 페르젠 백작이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을 탈출시키는 장면은 '두 도시 이야기'와 흡사했다.
더 큰 문제는 지나치게 시대착오적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는 역사관(歷史觀)이다. 비운의 왕비에 대한 동정심을 드러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루이 16세를 끝까지 존엄을 잃지 않는 인물로 묘사한 반면 프랑스혁명을 '비방과 루머의 산물'이거나 '굶주린 폭도들의 난동'처럼 부정 일변도로 표현한 것은 상식적인 세계사 해석에 대한 악의적인 폄훼에 가깝다. 이 작품이 2006년 일본 초연 이후 정작 프랑스에선 공연된 적 없었던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이제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과연 음악과 연기·의상·무대만 좋으면 좋은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2015년 2월 1일까지 잠실 샤롯데씨어터, 공연 시간 180분, (02)6391-6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