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호객꾼과의 전쟁'… 성인코미디를 가족 연극이라 속여 표 팔아

입력 : 2014.10.20 01:00

거짓정보 흘리고 값 뻥튀기해
제작사, 호객 막는 알바 뽑고 연극인은 거리 나와 '맞불홍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 마로니에 공원에서 극단‘까망’소속 연극인이 피켓을 들고 연극을 홍보하고 있다. 이날 연극인 7명은 전문 호객꾼에 대항해‘맞불 홍보’를 펼쳤다. /극단 까망 제공
"연극 보러 오셨죠?"

홍보 팸플릿 수십장을 든 청년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출구를 빠져나오는 시민에게 달라붙었다. 일명 '삐끼'로 불리는 전문 호객꾼 50여명이 하루 유동 인구 10만명인 혜화역과 대학로 일대를 점령한 것이다. 회사원 김보경(27)씨는 "역 출구에서 마로니에 공원까지 300m를 지나는 도중 길을 막은 호객꾼만 4명이었다"고 했다.

대학로 인근 140여개의 공연장 중 9곳이 이 '삐끼'들을 고용해 호객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극 연출자 강봉좌(34)씨는 "호객꾼들은 대학로를 찾은 관객들을 속여 티켓 가격을 높게 받기도 하고, 공연을 찾는 관객에게는 '매진됐다'는 식의 거짓 정보를 퍼뜨려 다른 연극 티켓을 파는 등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 정보를 제공하는 '좋은공연안내센터' 관계자는 "지난 주말엔 아이를 데리고 대학로를 찾은 아버지가 호객꾼에게 속아 성인코미디 티켓을 샀다며 화를 내고 돌아갔다"고 했다.

호객 행위는 경범죄에 속해 1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지만, 처벌하려면 관객이 경찰서에서 직접 진술해야만 해 현실적으로 단속이 쉽지 않다. 그래서 삐끼를 고용하지 않는 공연장들은 '호객 행위를 음성·영상으로 찍어 신고하면 공연 티켓을 주겠다'는 문구가 적힌 입간판을 내걸기도 한다. 한국소극장협회 정대경 이사장은 "답답한 마음에 신고 포상금까지 내걸었지만 지난 4개월 동안 호객 행위를 신고한 관객은 2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호객꾼을 막기 위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제작사까지 나왔다. 연극 '옥탑방 고양이'를 제작한 악어컴퍼니는 지난 8월부터 극장 매표소에서 기웃거리며 관객들에게 접근하는 이들을 내쫓는 아르바이트생을 따로 두고 있다. 회사 측은 "삐끼들이 손님에게 접근해 '연습생들이 연극을 한다' '재미없다'는 낭설을 퍼뜨리고 다른 연극표를 팔기도 해 사람을 고용했다"고 밝혔다.

급기야 "삐끼들 옆에서 직접 공연을 알리겠다"며 거리로 나가 '맞불 홍보'를 펼치는 연극인들도 생겼다. 극단 '까망' 소속 연극인들은 지난 9일 대학로 인근 마로니에 공원에서 맛보기 공연을 선보이며 자신들의 연극을 홍보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