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10.16 03:02
| 수정 : 2014.10.16 03:31
[연극 '황금연못' 더블캐스팅 이순재·신구, 명품 연기 비교해보니]
이순재의 노먼 - 삶에 지친 지식인의 품위… 눈가 촉촉
신구의 노먼 - 심술궂지만 장난기 가득… 순간 울컥
"중장년 관객이 하도 많이 몰려 안내원을 두 배로 늘렸다. 우리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수현재컴퍼니 박정미 이사) 대학로 한복판 공연장이 모처럼 나이 든 관객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개막한 연극 '황금연못'(어니스트 톰슨 작, 이종한 연출)이다. 주말이면 400석 객석을 거의 채우는 관객의 80% 정도가 40~70대 연령대다.
돌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족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작품이라는 것도 있지만, 이순재(79)와 신구(78)라는 중량급 연기자들의 존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안방극장의 대표적 원로 배우로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서 온 이들은 '황금연못'에서 은퇴한 노교수인 주인공 노먼 세이어 주니어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한 배역을 두 사람이 번갈아 맡는 더블 캐스팅은 주로 뮤지컬에 출연하는 젊은 배우들에게서 익숙해진 관행이지만, 제작사 측은 "두 배우 모두 일정이 바쁜 분이라 도저히 한 명으로 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돌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가족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작품이라는 것도 있지만, 이순재(79)와 신구(78)라는 중량급 연기자들의 존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안방극장의 대표적 원로 배우로 연극 무대에도 꾸준히 서 온 이들은 '황금연못'에서 은퇴한 노교수인 주인공 노먼 세이어 주니어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한 배역을 두 사람이 번갈아 맡는 더블 캐스팅은 주로 뮤지컬에 출연하는 젊은 배우들에게서 익숙해진 관행이지만, 제작사 측은 "두 배우 모두 일정이 바쁜 분이라 도저히 한 명으로 갈 수 없었다"고 밝혔다.
'황금연못'은 호숫가에서 노년기를 보내는 부부 앞에 오랫동안 소식을 끊고 지냈던 딸이 나타나 새 남자친구의 어린 아들을 떠맡기고, 우여곡절 끝에 가족이 화해한다는 줄거리다. 1981년 할리우드 영화에서 헨리 폰다가 맡았던 노먼의 극 중 나이는 실제 배우들과 같은 79세지만, 두 배우의 출연분을 모두 관람해 보니 연기 색채에서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다.
이순재가 맡은 노먼은 '성마르고 깐깐한 노인네'였다. 더 이상 예전처럼 사회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지식인으로서의 품위와 권위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수염을 길러 KFC 창업자 같은 외모로 등장하는 신구는 '심술궂으면서도 은근한 유머를 지닌 할아버지'였다. 전혀 웃지 않은 채 비꼬듯이 내뱉는 대사에는 장난기가 깃들어 있었다. 이순재의 노먼이 삶에 지친 모습이라면, 신구의 노먼은 여전히 천진함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우린 아직 중년'이라고 주장하는 아내에게 "인간이 뭐 150년쯤 사는 줄 알아? 당신은 늙은 할망구고 난 고대 유물이라고"라고 받아칠 때, 이순재는 준엄하게 꾸짖는 듯했고 신구는 약을 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딸 첼시가 전화 통화 중 "아버지, 사랑해요"라 말하자 "어, 그래… 나도"라며 대답하면서 당황하는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 다 '명품 연기'의 진수라 할 만했는데, 이순재는 서서히 눈시울이 촉촉해졌고, 신구는 갑자기 입을 벌리며 울컥했다.
이 연극엔 여주인공인 노먼의 아내 에셀 역에도 나문희(73)와 성병숙(59)이 더블 캐스팅됐다. "사는 게 그런 거야, 어느 날 문득 늙어 있는 거"란 대사를 할 때 성병숙은 꿈꾸는 소녀와도 같았고, 나문희는 수다스럽고 다정다감한 한국 할머니처럼 보였다. 아빠를 '개꼴통'이라 비난하는 딸에게 화를 내는 연기는 두 사람이 완전히 달랐다. 성병숙이 극본대로 딸의 뺨을 찰싹 친 반면, 나문희는 의자에 앉은 채 크게 야단을 친다. 실제로 세 딸을 둔 나문희는 "그 장면에서 도저히 딸애를 때릴 수가 없더라"고 했다. 나문희의 대사와 연기 속도가 빨라, 그가 나오는 날은 공연 전체 러닝타임이 5분 정도 줄어들기도 한다.
▷연극 '황금연못' 11월 23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아트홀, 공연 시간 100분. (02)766-6506
이순재가 맡은 노먼은 '성마르고 깐깐한 노인네'였다. 더 이상 예전처럼 사회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지식인으로서의 품위와 권위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반면 수염을 길러 KFC 창업자 같은 외모로 등장하는 신구는 '심술궂으면서도 은근한 유머를 지닌 할아버지'였다. 전혀 웃지 않은 채 비꼬듯이 내뱉는 대사에는 장난기가 깃들어 있었다. 이순재의 노먼이 삶에 지친 모습이라면, 신구의 노먼은 여전히 천진함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우린 아직 중년'이라고 주장하는 아내에게 "인간이 뭐 150년쯤 사는 줄 알아? 당신은 늙은 할망구고 난 고대 유물이라고"라고 받아칠 때, 이순재는 준엄하게 꾸짖는 듯했고 신구는 약을 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딸 첼시가 전화 통화 중 "아버지, 사랑해요"라 말하자 "어, 그래… 나도"라며 대답하면서 당황하는 마지막 장면은 두 사람 다 '명품 연기'의 진수라 할 만했는데, 이순재는 서서히 눈시울이 촉촉해졌고, 신구는 갑자기 입을 벌리며 울컥했다.
이 연극엔 여주인공인 노먼의 아내 에셀 역에도 나문희(73)와 성병숙(59)이 더블 캐스팅됐다. "사는 게 그런 거야, 어느 날 문득 늙어 있는 거"란 대사를 할 때 성병숙은 꿈꾸는 소녀와도 같았고, 나문희는 수다스럽고 다정다감한 한국 할머니처럼 보였다. 아빠를 '개꼴통'이라 비난하는 딸에게 화를 내는 연기는 두 사람이 완전히 달랐다. 성병숙이 극본대로 딸의 뺨을 찰싹 친 반면, 나문희는 의자에 앉은 채 크게 야단을 친다. 실제로 세 딸을 둔 나문희는 "그 장면에서 도저히 딸애를 때릴 수가 없더라"고 했다. 나문희의 대사와 연기 속도가 빨라, 그가 나오는 날은 공연 전체 러닝타임이 5분 정도 줄어들기도 한다.
▷연극 '황금연못' 11월 23일까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아트홀, 공연 시간 100분. (02)766-6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