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녀 曰 "얼쑤, 좋~다"

입력 : 2014.10.08 00:58

세계사물놀이겨루기 참가하는 러시아 사물놀이패 '아라사'
소치올림픽 때도 공연해 주목

"야, 좋~다."

소녀티가 가시지 않은 상쇠 마티베예바 타마라(20)가 추임새와 함께 꽹과리를 두들기자 나탈리아 바치마가(30)와 세니나 마리아(27)가 힘차게 북을 때렸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사직동 종로문화체육센터 안 광화문아트홀에서 러시아 사물놀이팀 '아라사'의 '사물판굿'이 한바탕 벌어졌다. '사물판굿'은 꽹과리와 북, 징과 장구 등 민속 악기를 서서 연주하는 연희. 바치마가는 막대기 위에 접시를 올려놓고 돌리는 남사당놀이 '버나'까지 그럴싸하게 해냈다.

고려인 3세 빅토리아 배(21)와 고려인 4세 알렉산드르 임(30)이 포함된 '아라사'는 러시아에선 이름난 전통 사물놀이팀. 지난 2월 소치 동계올림픽 때는 소치 시내에서 사물놀이 공연을 펼쳐 러시아 TV에도 소개될 만큼 주목을 받았다. 아라사는 작년 4월 모스크바에서 결성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장구를 전공한 어수민(25)씨가 한국문화원에서 사물놀이 강좌를 열면서 수강생을 중심으로 의기투합했다.

2014 세계사물놀이겨루기 대회에 참가하는 러시아 사물놀이패 ‘아라사’.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빅토리아 배(장구), 나탈리아 바치마가(북), 마티베예바 타마라(꽹과리), 알렉산드르 임(징), 세니나 마리아(북). /전기병 기자
2014 세계사물놀이겨루기 대회에 참가하는 러시아 사물놀이패 ‘아라사’. 앞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빅토리아 배(장구), 나탈리아 바치마가(북), 마티베예바 타마라(꽹과리), 알렉산드르 임(징), 세니나 마리아(북). /전기병 기자

일주일에 서너 차례 연습을 하고, 공연이 다가오면 매일 모여 호흡을 맞출 만큼 열심이다. 작년 7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대회 때도 초청 공연을 갖는 등 매달 공연하러 다닐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에 내한한 단원 5명 중 4명이 여성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리더 격인 타마라는 컴퓨터 그래픽을 전공하는 모스크바 국립디자인대 4학년생. 그룹 씨엔블루를 좋아한다는 타마라는 "한국어를 배우다가 사물을 알게 됐다. 꽹과리를 치면 기분이 좋아지고,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뀐다"고 했다.

'버나잽이' 바치마가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건설 담당 공무원으로 일한다. "공연 때 접시를 돌리는 모습을 보고, 주위에선 이상하다며 놀라기도 해요. 힘들지만 재미있어요." 모스크바 국립기술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는 빅토리아 배는 "장구를 치면 하늘을 나는 것처럼 황홀하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만나곤 입이 함지박만 해졌다. 사물놀이 원조 격인 김덕수 교수로부터 "쓸 만하네. 잘해봐"라는 격려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아라사는 오는 10일부터 사흘간 경북 칠곡군에서 열리는 2014 세계사물놀이겨루기 한마당에 참가하기 위해 이달 초 방한했다. 어수민씨는 "처음엔 참가하는 데 의미를 뒀는데, 엊그제 시험 삼아 나간 다른 대회에서 상을 타면서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올해 세계사물놀이겨루기 대회엔 유럽연합 등 해외팀 6개를 포함, 100여개 팀이 실력을 겨룬다. (02)2232-7952 www.samulfestiva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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