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것 아냐, 원래 제 자린걸요

입력 : 2014.10.02 03:05   |   수정 : 2014.10.02 10:20

[4년 만에 연극 무대 선 박상원]

"주인공, 가슴 뜨거운 극단주의자
全裸 연기? 20대 몸 같더래요… 연극은 파도 파도 참 새롭네요"

"제발 닥쳐. 이미 깃발은 쓰러졌어! 난 연극을 창조했고 그게 내 인생을 망쳐버렸다!"

배우 박상원(55)이 서릿발 같은 표정으로 무대에서 소리쳤다. 잠시 후 피를 흘리던 그는 옷을 모두 벗고는 창문 너머로 몸을 던진다. 연극 '고곤의 선물'(피터 쉐퍼 작, 구태환 연출)의 결말 부분, 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박상원은 주인공인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 역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그가 표현한 담슨은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조르바의 자유, '에쿠우스'의 주인공 알런의 광기(狂氣)를 모두 지닌 인물이었다.

"제가 있어야 할 곳이 무대니까요. '돌아왔다'는 표현도 맞지 않아요. 20년 가까이 대학(서울예대 연기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것도 무대 연기였어요." 드라마 두 편을 동시에 촬영하면서도 더블캐스트로 연극에 출연하는 이유를 묻자 그가 대답했다.

연극‘고곤의 선물’의 주인공 에드워드 담슨 역에 출연 중인 박상원은“극단적인 인물이 여자를 유혹하는 장면이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연극‘고곤의 선물’의 주인공 에드워드 담슨 역에 출연 중인 박상원은“극단적인 인물이 여자를 유혹하는 장면이 정말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연극 ‘고곤의 선물’에 더블캐스트로 출연 중인 박상원은 “주인공을 가슴이 뜨거운 극단주의자로 해석했다”고 말했다./김연정 기자
1979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데뷔작인 그는 지난 35년 동안 숱한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했지만, 대중은 그를 TV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장하림과 '모래시계'의 강우석 검사로 더 잘 기억한다. "TV에서는 아무리 새로운 역할이라도 '박상원'이라는 인물에 맞춰지게 됩니다. 박상원형(型)의 장하림이나 강우석이 되는 거죠. 하지만 연극에선 나를 버리고 2시간 넘게 완전히 그 역할로 빠져들어야 합니다."

본래 인상에 걸맞게 주로 착하고 온순한 역할을 맡았던 그에게 '고곤의 선물'의 담슨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연극을 종교처럼 숭배하는 극단적인 인물이지요. 내가 시체가 되더라도 딛고 넘어서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80일 동안 연습에 몰두했지만 쉽지 않아 '내 상상력이 이렇게 조잡스러웠나'란 한탄도 숱하게 했다. "표현이나 논리가 경직된 인물입니다. 여자한테 거칠게 '가지 마'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저는 그렇게 못 하거든요." 고민 끝에 '가슴이 뜨거운 극단주의자'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연극 제목 '고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메두사로, 치유와 살육, 복수와 화해, 용서와 응징의 양면성을 상징한다. 갈등은 남녀 주인공의 예술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담슨은 '복수'를, 그의 아내 헬렌(김소희)은 '용서'를 주장해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결국 그 두 방법이 '평화'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의 전라(全裸) 연기는 '19금(禁)' 수준은 아니었지만 많은 관객을 놀라게 했다. "그것 가지고 길게 얘기하는 팬들은 없었지만, 슬쩍 '몸이 20대 같더라'고 말하는 분은 있었어요." 박상원은 "파도 파도 새로운 게 나오는 연극"이라며 "내년에 이 작품을 제대로 한번 더 하자고 농담처럼 얘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극 '고곤의 선물'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02)39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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