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폭우만 내리면 잠기던 섬… 가을이 무르익을 때마다 재즈의 노을에 잠긴다

입력 : 2014.09.29 17:09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올해로 11년… 31개國 520명 뮤지션에게 '꿈의 섬'으로 자라나다

내달 3일~5일 개최… 16개 공연 중 유료는 5개

작년 이맘때 자라섬에는 사흘간 28만명이 몰렸다. 그들은 이 작은 섬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세계적인 연주자의 손놀림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일까. 어쩌면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해준 자라섬의 해 질 녘을 보았을 뿐인지도 모른다./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제공
작년 이맘때 자라섬에는 사흘간 28만명이 몰렸다. 그들은 이 작은 섬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세계적인 연주자의 손놀림일까,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일까. 어쩌면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해준 자라섬의 해 질 녘을 보았을 뿐인지도 모른다./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제공
올해도 어김없이 자라섬이 재즈로 물든다. 11년 전만 해도 폭우가 내리면 물에 잠겨 농사를 망치곤 했던, 이 쓸모없던 작은 섬에 세계 최고 수준의 재즈 뮤지션이 수백명씩 몰려든다. 남이섬은 알아도 자라섬은 몰랐던 외지인들이 이맘때면 20만명씩 다녀간다. 잣과 밤, 포도 말고는 별 특산물이 없고 춘천이나 속초 가는 길에 들르던 마을 가평은 차 세울 데조차 없는 유명 관광지가 됐다.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이 섬에서 제11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올해부터는 가평 내 어느 식당에 가거나 어느 택시를 타도 재즈를 들을 수 있다. 자라섬에 출연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이 담긴 음반을 상가와 택시에 배포했기 때문이다.

올해 자라섬에는 세계 31개국 109개팀 520명의 뮤지션이 공연한다. 무대는 유료인 '재즈아일랜드'와 '파티 스테이지' '미드나잇 재즈카페'와 무료 공연이 열리는 '재즈 큐브' '페스티벌 라운지' '재즈 팔레트' 등 총 16개나 된다. 자라섬 안은 물론, 가평역 앞, 가평읍사무소 앞, 가평역 구역사 앞 등지에서도 색소폰과 트럼펫이 울려퍼진다.

첫 회 페스티벌이 열린 2004년만 해도 해외 뮤지션 12팀과 국내 뮤지션 15팀이 무대 두 곳에 올랐을 뿐이었다. 그나마 둘째 날에 기록적인 폭우가 와서 무대가 물에 잠기고 공연을 전면 취소하는 대형 사고가 났다. 그럼에도 첫해 관객 3만명을 모은 자라섬은, 눈물에 젖어있지 않고 그다음 해를 준비했다. 이후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면서 꾸준히 커져, 작년에는 3일간 28만명이 페스티벌 기간 자라섬과 가평을 찾았다.

자라섬은 1986년 이전까지 '중국섬'이라고 불렸다. 광복 이후 이 섬에서 중국인들이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가평 읍내에 자라 목과 몸통 모양의 낮은 산이 있어, 이 산들이 바라보는 섬이라 해서 새 이름을 얻었다. 그로부터 18년 후, 자라섬은 운명처럼 재즈와 만나게 된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인재진(49) 총감독이 한 신문사 문화센터에서 '공연기획' 강의를 하던 2003년, 수강생 중 한 명이 가평군 공무원이었다. 그는 인 감독에게 "무엇이라도 좋으니 가평에서 페스티벌을 해보고 싶다"고 했고, 인 감독은 가평 일대를 둘러본 끝에 자라섬을 발견했다. 그는 '여기라면 될 수도 있겠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뛰어난 자연경관, 서울에서 멀지 않은 교통 조건, 공연 소음 민원에서 자유로운 섬이라는 지리적 이점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될 때까지 해보자"는 가평군 공무원들이 자라섬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다.

10년간 총 누적 관객이 144만명이나 되는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올해 음악축제로는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대한민국 최우수축제'가 됐다. 가장 큰 무대인 '재즈 아일랜드' 관객은 최다 2만명이나 된다. 유럽의 유명 재즈 페스티벌도 메인 스테이지 관객이 1만명 안팎인 것에 비하면, 세계 재즈 뮤지션들이 왜 "자라섬에 꼭 서보고 싶다"고 하는지 알 수 있다. 16개 무대 가운데 티켓을 사야 공연을 볼 수 있는 무대는 5개. 나머지 11개 무대는 모두 무료로 개방된다. 이렇게 상업성을 내세우지 않다 보니, 가을 소풍 오듯 자라섬에 와서 무료 공연 보고 나들이하다 가는 관객들이 크게 는 것이다.

자라섬 국제재즈콩쿠르와 음악영화들을 상영하는 자라섬 올나잇 시네마,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재즈를 배우는 키즈 재즈 프로젝트 같은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돼 있다. 가평의 포도로 만든 와인을 따뜻하게 데운 음료 '자라섬 뱅쇼', 재즈 음악을 들려주며 숙성시킨 '재즈 막걸리'도 맛볼 만하다.

자라섬은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지만, 관객 상당수는 재즈를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그저 음악이 있고 잔디밭이 있는 자연 속에서 돗자리 깔고 음식 먹으며 하루를 즐기다 갈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무심코 들었던 재즈가 무의식에 남아, 매년 이곳을 찾게 하는 역할을 한다.

아직 볕이 따가운 한낮의 자라섬도 매력적이지만, 노을이 질 무렵 자라섬 메인 스테이지 앞은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낭만적이다. 어쩌면 이 섬에 다시 가게 되는 것이, 재즈나 음식이나 폭신한 잔디밭 때문이 아닐 수도 있다. 추억 속에 각인된 그 붉은 노을과 뺨을 훑는 그 바람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료공연 티켓 4만5000~9만원. 문의 1544-3800

◇자라섬에 대해 꼭 알아야 할 것들

- 두꺼운 겉옷이나 담요
=밤에 강바람이 불어 춥다.

- 전철이나 버스 이용=가평역과 터미널에서 걸어서 15분.

- 비 와도 공연은 계속=악천후가 아닌 경우 외에는 모든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

- 애완동물 출입금지=맹인안내견을 제외한 모든 애완동물은 자라섬 출입금지.

- 자전거도 출입 가능=유료공연장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자전거 통행 가능.

- 돗자리는 필수=접이식 의자보다는 돗자리로 잔디 보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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