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돈키호테' 속 연인처럼 사랑 이뤘죠

입력 : 2014.08.06 23:33

[15일 개막하는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강미선·노보셀로프 부부]

2007년 '호두까기 인형'에서 호흡 맞춘 후 6년 연애 끝 결혼
무대에선 서로의 중심이 돼주고 밖에선 보약 챙기는 최고의 파트너

지난해 12월 28일 저녁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커튼콜에서 남자 수석 무용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29)가 객석을 향해 두 번째 인사를 마치고 여자 수석 무용수 강미선(31) 앞에 무릎 꿇었다. 반지를 내밀었다. 두 사람은 2008년부터 연상연하 커플. 강미선이 발레단 선배다. 그녀는 동료 무용수, 스태프 몰래 준비한 깜짝 프러포즈에 놀라 눈물을 흘리며 반지를 받았다.

이 발레 부부가 오는 15~17일 서울 충무아트홀 개관 10주년 초청작 '돈키호테'에 남녀 주인공으로 선다. 지난 5월 결혼한 이후 '지젤'에 이어 두 번째 무대다.

발레‘돈키호테’를 연습 중인 수석 무용수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부부.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발레‘돈키호테’를 연습 중인 수석 무용수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부부.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지난달 31일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지난주 휴가 때 콘챠(콘스탄틴)의 고향 러시아에서 친지를 모시고 작은 결혼식을 또 한 번 올렸다"고 했다. "커튼콜에서 남자 무용수가 여자 무용수에게 무릎 꿇고 손등 키스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그런 줄 알고 두 손을 내밀었는데 콘챠의 손에서 반지가 예쁘게 빛나고 있었어요. 놀라고 기쁘고 여러 감정이 뒤섞여서 막 눈물이 났어요."(강)

두 사람은 2004년 발레단 선후배로 처음 만났다. 열아홉 살 때 말도 안 통하는 한국에 와서 수석 무용수를 꿈꾸며 연습하는 노보셀로프를 강미선이 살뜰히 챙겨줬다. 연습이 길어지면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자장면 참 많이 먹은 것 같다"며 강미선이 웃었다.

2007년 '호두까기 인형'에서 주역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고 사랑이 싹텄다. 노보셀로프는 "미선과 결혼하고 싶었다. 그러면 늘 함께하면서 보살펴주고 아껴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강미선이 거들었다. "콘챠가 끼니를 거르면 보양식도 만들어 먹이고 홍삼도 챙겨줬어요. 남자 무용수는 여자 무용수를 번쩍번쩍 들어올려야 하니까 힘내라고요."

'돈키호테'는 젊은 남녀의 사랑과 시련,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희극 발레의 대표작이다. 선술집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은 서로 사랑하지만 키트리의 아버지 로렌조는 딸을 멍청한 부자 가마슈에게 시집보내려 한다. 그때 엉뚱한 기사 돈키호테가 나타나 둘의 사랑을 지켜주고 풍차를 향해 돌진한다.

발레‘돈키호테’3막의 강미선과 노보셀로프.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지중해 연안의 따뜻한 색감과 생기 가득한 무대, 유쾌 발랄한 인물들이 좌충우돌 해프닝을 일으키며 펼쳐보이는 춤이 객석을 사로잡는다. 강미선이 꼽은 '돈키호테' 명장면은 1막에서 바질이 키트리를 한 손으로 높이 든 채 오랫동안 음악을 타는 대목이다. "연습 때 아무리 완벽해도 무대에선 중심축이 틀어질 수 있어요. 호흡 잘 맞는 파트너는 그 비틀림까지 감지해 상대를 잡아주고 춤을 이끌어 가요." 강미선은 "근육이 뭉치거나 컨디션이 가라앉으면 같이 와인 마시면서 속 얘기를 다 풀고 이튿날 상쾌하게 춤추러 간다"고 했다. 노보셀로프가 덧붙였다. "연애 초기엔 다투면 소리도 질렀어요. 언제부턴간 기분이 풀릴 때까지 기다렸지요. 결혼하니 싸울 일이 아예 없어졌어요."

앞선 공연보다 나아지는 게 이들의 목표다. "'저번에 파세(Passe) 동작을 잘했으니까 이번에도 편한 파세를 해야지' 같은 자세는 싫어요."(노보셀로프) 강미선은 "시간이 걸려도 더 힘든 동작, 더 아름다운 움직임을 생각하고 연습해야 나도 살고 발레도 산다"고 맞장구쳤다.

문의 (02)2230-6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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