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웅크린 채 부른 18곡… 폭발하는 음색에 그저 감탄만

입력 : 2014.06.23 23:50

이소라 콘서트

관객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바닥을 보거나 눈을 감고 노래했다. 가수를 연기하는 배우처럼 보였다. 그 뒤에 선 5인조 밴드는 쇠줄을 퉁기거나 가죽 북을 두들긴 소리를 앰프로 증폭시켜 굉음을 냈다. 이소라는 폭풍으로 끌 수 없는 백열등, 성난 군중을 배경으로 선 고목(古木) 같았다. 기이한 느낌이었다.

지난 21일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이소라의 라이브를 봤다. 19일 시작한 8일간 공연 중 셋째 날이었다. 이소라는 지난 4월 내놓은 새 음반의 여덟 곡을 비롯해 총 18곡을 모두 앉아서 불렀다.

형광(螢光)을 내는 오렌지색 조명 앞에 흰 블라우스와 긴 검정 치마를 입은 이소라가 홀로 등장해 첫 곡 '처음 느낌 그대로'를 부르며 이날 무대가 열렸다. 그녀는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제발', '바람이 분다'까지 발라드 6곡을 연달아 불렀다. 이어 7집 노래들을 부를 때 장막이 걷히고 밴드가 등장했다. 7집에 수록된 노래 세 곡을 부른 이소라는 8집 노래들을 첫 곡 '나 Focus'부터 순서대로 불렀다.

헤비메탈을 연주하는 밴드 앞에 앉아서 노래한 이소라의 라이브는 기이한 미학의 무대였다. /세이렌 제공
헤비메탈을 연주하는 밴드 앞에 앉아서 노래한 이소라의 라이브는 기이한 미학의 무대였다. /세이렌 제공
임헌일이 작곡한 노래 '쳐'는 앉아서 부를 노래가 아니었다. "쳐 만날천날 처모여 또/ 피에 미쳐 피에 취해" 같은 가사는 무대를 종횡(縱橫)으로 걸으며 부르짖어야 했다. 다리를 왼쪽으로 꼬고 앉은 이소라는 이 노래의 폭력적인 음색을 내기 위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모든 노래를 앉아서 부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객석을 긴장시켰다. 얼굴뿐 아니라 호흡과 연관된 장기(臟器)들도 일그러졌을 것이다. 구부정하게 앉아 뿜어내는 높은 음압(音壓)의 고음들은 감탄스러웠다. 문득 8집 앨범도 앉아서 녹음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곡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졌지만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 숙여 바닥을 봤다. 관객들의 박수 끝에 야속함 같은 게 묻어있었다. '쳐'의 시작 부분에서 가사를 틀린 이소라가 노래를 다시 시작하며 멋쩍게 웃었다. 객석에 비로소 온기가 돌며 안도의 웃음이 흘렀다.

새 앨범 타이틀곡 '난 별'을 빼고 '운 듯'까지 부른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공연 시작한 지 1시간 20분이 지났을 때였다. "이번 음반 만들면서 힘들었어요. 하기 싫어서요. 다음 음반은 어떤 문구 같은 걸 정해놓고 그대로 살면서 해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란 애는요."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이 모두 쟁쟁한 세션 연주자들이었으나, 이상민(드럼)과 임헌일(일렉 기타)의 연주가 또렷이 돋보였다. 임헌일의 리프(riff·반복 악절)가 노래를 급격히 팽창시켰다면, 이상민의 리듬은 노래를 일으켜세우는 기하학적 연주였다.

이소라 말대로 "앨범 낸 뒤 아무런 홍보도 안 하고 포스터만 붙였을 뿐인데도" 객석을 가득 메웠던 사람들은 앙코르곡 '난 별'을 흥얼거리며 공연장을 나와 빗속으로 걸어갔다. 공연은 26~29일 같은 곳에서 다시 열린다. 문의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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