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영의 그림콘서트] 일상의 소중함… 영혼이 아름다운 그의 그림

입력 : 2014.06.09 13:49

[6] 영혼이 아름다운 화가, 장준혁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결론이 나지 않아 나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졌을 때 당신의 그림을 보며 위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누군가 쓴 글을 읽은 후 그림 그리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며 오랜 시간 행복해 한 적이 있다. 예술가는 욕심이 없다. 나의 작품이 누군가에게 즐거움과 행복으로 다가간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이 없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생각이 끊어진 자리에서 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플라톤도 영혼이 아름다움에 가까이 가고 싶다면 영혼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눈이 태양과 닮지 않고서는 절대 태양을 볼 수 없듯 영혼이 아름답지 않고서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예술가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볼 수 있는 영혼을 가졌기에 그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서양화가 장준혁은 글로벌 IT 기업에 근무하는 이공계 출신의 작가다. 정식으로 미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림에 대한 열정과 갈망이 있다.

And Never Said A World /  acrylic on canvas
And Never Said A World / acrylic on canvas

'And Never Said A World'에서 보듯 장준혁은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그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림이 주는 행복한 세상 속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하고 싶다. '음악은 부드러운 음성이 꺼질 때 내 기억 속에서 메아리치고, 향기는 달콤한 오랑캐꽃이 병들 때 그것이 자극한 감각 속에 살아남는다'는 셸리의 시에서처럼 우리는 살아가며 부지불식간에 중요한 순간이나 소중한 사람을 떠나 보낸 후 그것의 부재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것의 소중함을 추억이나 회한으로 더 진하게 반추하게 되는 것 같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이 질문을 얼마나 자주 되뇌며 사는 것일까?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고 순간순간이 모여 하루가 된다면 평범한 일상 속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많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첫걸음일 것이다."

Good Morning / acrylic on canvas
Good Morning / acrylic on canvas
그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점심의 여유, 애인으로부터 편지를 기다리는 행복한 설렘, 공원에서 지난 추억 속에 잠겨 보기, 이별 후 불현듯 찾아오는 그리움 그리고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감 등 우리 일상 속에서 행복을 주는 순간과 지나가 버리면 더 애틋해지고 안타까울 순간들을 그림으로 남기고 있다.

Lonely Summer Vacation / acrylic on canvas
Lonely Summer Vacation / acrylic on canvas
"내가 좋아하는 영화 속 감동의 여운이 나의 그림 속 주제가 되고, 푸치니의 오페라를 들으며 그 음악 속 주인공이 되어 나만의 상상극을 하얀 캔버스 위에서 펼쳐 보기도 한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꼬마 소녀의 뾰로통한 표정 하나가 전해 주는 미술적 영감의 폭에 부담을 느낄 때도 있다. 소설 '폭풍의 언덕'의 감동이 내 그림 속 격렬한 사랑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고,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속의 이야기가 오랜 시간을 뛰어넘어 내 그림 속 백조로 다시 탄생하기도 한다. 내가 즐기는 일상의 행복과 감동 또한 나의 그림 속 영감과 주제로 다시 태어나서 내게 그림을 그리게 하는 즐거움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니 난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Kiss / acrylic on canvas
Kiss / acrylic on canvas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법을 알게 될 때 찾게 되는 것 아닐까? 화가 장준혁은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다. 작가 스스로 느끼는 그대로의 행복을 소박하게 그려내고 있다.

※ 글·사진 : 서양화가 송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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