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울린 원조 '메모리(뮤지컬 '캣츠'의 대표곡)'… 안산을 어루만지다

입력 : 2014.06.01 23:57

-뮤지컬 '캣츠' 안산 공연
10주년 맞는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지난해 9월 프리뷰 장소로 선정돼
세월호 참사 이전 이미 전석 매진

"새벽이 오면 오늘 밤도 추억으로 남겠죠(When the dawn comes, tonight will be a memory, too). 그리고 새로운 날이 시작될 거예요(And a new day will begin)."

지난 30일 저녁, 경기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 그리자벨라 역을 맡은 호주 배우 에린 코넬이 '메모리(Memory)'를 부르자 객석에선 큰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는 사람도 있었다. 세계적인 히트 뮤지컬 '캣츠(Cats)'의 대표적 삽입곡인 이 노래가, 이날 밤만큼은 슬픔에 빠진 안산을 위로하는 애도가(哀悼歌)처럼 들렸다. 우연의 일치긴 하지만, 흑색과 황색으로만 이뤄진 '캣츠'의 포스터도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 30일 뮤지컬‘캣츠’의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공연 모습. 이번 '캣츠' 공연은 세월호 참사 이전 이미 안산 공연의 전석이 매진됐다. /설앤컴퍼니
지난 30일 뮤지컬‘캣츠’의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공연 모습. 이번 '캣츠' 공연은 세월호 참사 이전 이미 안산 공연의 전석이 매진됐다. /설앤컴퍼니
1300석 규모로 안산에서 가장 큰 무대인 이 극장은 한 달 반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연기됐던 것. 30일부터 사흘 동안 5차례 안산에서 공연한 '캣츠'는 이미 세월호 참사 이전에 전석 매진됐다. 이번 '캣츠'는 6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서울에선 오는 13일부터 8월 24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무대에 오르는 이 대형 공연은 이미 지난해 9월 프리뷰(본 공연 직전의 사전 공연) 장소로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는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을 택했었다.

미국·영국·호주·남아공 등 다국적 배우들로 구성된 해외투어 팀의 수준은 높았다. 무대는 화려하면서도 몽환적이었고, 의상은 정교했다. 온몸을 고양이처럼 분장하고 객석 사방으로 뛰어다닌 배우들은 동작마다 세밀한 감정이 살아있었으며, 군무(群舞)는 어긋남이 없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고양이 같다"는 관객도 있었다. '메모리' '고양이에 대한 예의' 등 잘 알려진 삽입곡은 깊은 음색과 뛰어난 표현력으로 감동을 배가시켰다.

연출가 조앤 로빈슨(64)은 이날 공연 직전 상영된 동영상을 통해 "모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께 배우·스태프를 대표해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라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자 극장 로비에는 활기가 넘쳤다. 관객들은 들뜬 표정으로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포스터 앞에 줄을 서서 사진을 촬영했다. 가족 단위 관객이나 교복을 입고 온 중·고생도 많았다. 관객 이모(54)씨는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슬픔에 매여 살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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