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영의 그림콘서트] 사진과 회화가 만나 심장을 그려내다

입력 : 2014.05.30 14:13

[5] Heart 작가, 지안킴

사진과 회화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은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사진기라는 도구를 통해 투영하는 것이고 회화는 사물을 보고 화가의 감성과 철학을 캔버스 위에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이다.

회화에서는 판화라는 장르가 있다. 면에 형상을 그려 잉크나 물감등을 이용해 인쇄를 하는 기법으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작가 앤디 워홀(Andrew Warhola Jr.)은 이런 인쇄기법을 활용해 팝아트(POP ART)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대중적 작품을 다량으로 찍어내기도 했다.

지안킴(Jian Kim)은 서로 다른 장르라 할 수 있는 회화(판화)와 사진을 적절히 접목시킨 '디지털 페인팅'을 통해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다.

'Stawberry Jam'
'Stawberry Jam'
"픽셀(Pixel)은 우리 눈으로 보는 2차원 화상의 가장 최소 공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다. 눈으로 보이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곡선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 정사각형의 픽셀로 구성된 것이다. 나의 작품의 근원은 사각 픽셀에서 시작된다. 그 작은 픽셀의 존재를 극대화 해 나의 심장과 접목시켰다. 신이 주신 정신적, 육체적 심장을 21세기 화상의 구성 요소 픽셀을 이용해 나만의 방법(photo-painting)으로 다시 뛰는 심장에 대한 감사의 작업을 하는 것이다"

'Set the table'
'Set the table'
지안킴의 작품 작업은 사진을 찍는 것부터 시작된다. 필름카메라, 디지털카메라, 핸드폰카메라 등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모든 매개체를 가지고 다양한 사물을 찍는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컴퓨터에 입력 후 아날로그 사진작업에 있는 기법 중 solarization(반전)과 posterization(색상의 단계적 표현)을 활용해 확장이 시작된다. 수많은 톤으로 사진을 전환해 각각의 레이어에 채색을 입히며 원본 상태에 따라 극단적인 반전도 이용한다. 각각 원본 상태의 데이터가 동일하지 않기에 철저히 작가의 시각과 감각에 의존하며 진행되는 작업이다. 간단한 필터를 통한 디지털 작업으로 뭉개진 결과와 다르게 픽셀의 존재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수많은 레이어와 수많은 마우스 클릭이 필요하다. 이는 실제 회화를 할 때 하는 페인팅의 붓 터치만큼 혹은 그 이상이 되기도 하다. 기법의 수평적 확장과 레이어의 수직적 확장으로 완성된 작품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존재와 상상, 사진과 디자인의 영역을 부유하는 듯한 느낌으로 탄생된다.

'Heart1085'
'Heart1085'
대부분의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에 인생을 걸고 반대로 예술가가 탄생시킨 작품은 한 작가가 겪은 희로애락이 표현되기도 한다. 지안킴의 작품 활동에 있어 그가 마흔에 겪은 심장수술은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지안킴은 "심장을 보면 내 몸 안의 새로 태어난 나의 심장을 느끼게 된다. 삶을 위한 혈액순환의 원동력이 되는 심장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정신적 필요 요소인 사랑을 표현하는 시각적 표현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서있다는 것, 심장이 뛴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수술 후 병상에서 느꼈다고 한다.

'Bottle opener'
'Bottle opener'

지안킴은 스스로가 21세기 정물화를 그린다고 말한다. 대량생산되는 이 시대의 제품들을 어떻게 그의 손과 눈을 통해 오리지날리티있는 작품으로 만들 것인가 고민한다. 결국 그가 내린 해답은 고민하지 말고 찍고(take a photo) 그리고(drawing) 작가 스스로가 만들어내자(output)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물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라고 말한다.


※ 글·사진 : 서양화가 송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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