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영의 그림콘서트] 인간다움이 사라진 상실의 시대… 낭만을 그리는 화가

입력 : 2014.05.20 14:12

[4] 자유로운 그녀의 그림, 이경옥

후기인상파 화가 폴 고갱은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잘 알려진 대로 문명세계에 대한 혐오감이 그를 작은 섬으로 이끌었다. 고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원시인이 됨으로써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원적 정서를 느끼고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표현된 타히티섬의 풍경이나 인물들은 감상자의 입에 미소가 번지게 할 만큼 소박하고 자연스럽다. 그의 작품을 볼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유로움'이다.

현대인들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사회적 억압과 폭력 속에 마치 로봇처럼 틀에 박힌 생활을 하고 있다. '자유'라는 이념이 어느 때보다 만개한 세계를 살고 있다지만 정말 우리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을까? 수많은 예술가들은 탈출을 꿈꾼다. 억압받는 사회를 벗어나 자유를 갈망하고 작품을 통해 이를 표현해 낸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세계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탈출을 시도하며 인간본연의 모습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경옥의 작품에서는 그런 자유로움이 보인다. 복잡한 도시의 미로 속에서 그녀는 아주 인간적인 관계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그녀가 작품을 표현하는 방식은 손으로 문지르고 물감을 캔버스 위에 뿌리는 등 추상적 표현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는 답답한 일상에서의 탈피, 자연으로의 회귀본능을 암시한다. 이러한 기법을 통해 가장 인간적인 관계, 인간성 회복을 표현하고자 한다.

melodys, 75cm x 50cm
melodys, 75cm x 50cm
스위스 화가 파울 클레는 "현대회화의 본질은 가시적인 것의 재현이 아니라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 하는데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은 정형화 되어가고 사고에 갇히게 된다며 그것에서 탈피하는 과정이 바로 '자유로움'의 의지라는 것이다. 이경옥은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 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작품 'melody'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candle, 38cm × 38cm
candle, 38cm × 38cm
이경옥은 "살면서 문득 낯선 그리움이 그리워질 때 한편의 아름다운 시와 감미로운 음악으로 허기진 마음을 채웠다면 거기에 나의 그림을 보태어 눈과 마음에 즐거움을 주고싶다"며 "나누는 것에 인색해진 현대인들에게 나누는 것도 아름다운 것이라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작품 'candle'은 작가의 이런 마음을 대변한다. 자신의 몸을 태워 빛을 밝히는 양초를 보면 나눔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뇌게 된다.

어울림, 91cm x 91cm
어울림, 91cm x 91cm
어울림, 140cm x 80cm
어울림, 140cm x 80cm
신현식 미술평론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들 사이의 관계가 사물(상품)들 사이의 관계로 나타난다"고 평한다. 이런 상품물신주의에서 벗어나 고갱이 타히티섬에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 했던 것처럼 그녀는 자신의 작품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상실해가고 있는 인간적인 소중한 것들에 대해 작품으로 보여준다. 자유로움 혹은 인간적임을 추구하는 그녀의 인생 철학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 글·사진 : 서양화가 송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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