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4.05.16 00:26
엔론 - 2001년 美 '엔론 사태' 소재로 눈먼 자본주의의 폐해 다뤄
고급 정장을 빼 입은 남녀가 와인 잔을 들고 무표정한 얼굴로 음악에 맞춰 어깨춤을 춘다. 그들 중에는 생쥐 탈을 쓰고 지팡이를 짚은 사람도 있다. 2001년 미국의 엔론 사태를 소재로 '눈먼 자본주의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망치는가'라는 독특한 주제를 다룬 연극 '엔론'(루시 프레블 작, 이수인 연출)은, 이처럼 냉소적인 양복쟁이의 시각으로 다큐멘터리를 펼친다.
"우리가 만들어낸 것은 이익을 곧바로 실현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미국의 거대 에너지 회사 엔론에 스카우트된 제프리 스킬링(김영필)은 미래의 수익을 미리 끌어다 쓰는 '시가 평가제'를 고안해 크게 인정받고, 에너지 공급이 아닌 매매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손에 쥔 현금이 아니라 앞으로 창출하리라 예상되는 수익까지 현재 가치로 잡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었다. 자금난이 닥치자 스킬링은 분식회계로 대차대조표를 조작하고, 특수 목적 법인을 설립해 악성 부채를 모두 쓸어 넣는다. 마침내 엔론의 재정 상태는 백일하에 드러나고, 세계 경제 위기의 전주곡이 시작된다.
"남들보다 이해력이 빠르면, 이해 못 하는 게 ×라 짜증난다"라는 대사를 능글맞게 외치는 김영필이나, 절제된 목소리로 탐욕스러운 켄 레이 회장을 묘사한 유연수의 연기는 능란했다. 악성 부채를 악어의 형상으로 표현하고 흥미로운 군무(群舞)를 등장시키는 등 재치 있는 연출이 자칫 연대기적 설명으로 흐르기 쉬운 130분 분량의 긴 연극을 살려낸다. 브레이크 없는 탐욕이 가짜를 진짜처럼 위장하는 세상이란 이토록 위험한 것이었다.
▷31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02)708-5001
그러나 그것은 손에 쥔 현금이 아니라 앞으로 창출하리라 예상되는 수익까지 현재 가치로 잡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었다. 자금난이 닥치자 스킬링은 분식회계로 대차대조표를 조작하고, 특수 목적 법인을 설립해 악성 부채를 모두 쓸어 넣는다. 마침내 엔론의 재정 상태는 백일하에 드러나고, 세계 경제 위기의 전주곡이 시작된다.
"남들보다 이해력이 빠르면, 이해 못 하는 게 ×라 짜증난다"라는 대사를 능글맞게 외치는 김영필이나, 절제된 목소리로 탐욕스러운 켄 레이 회장을 묘사한 유연수의 연기는 능란했다. 악성 부채를 악어의 형상으로 표현하고 흥미로운 군무(群舞)를 등장시키는 등 재치 있는 연출이 자칫 연대기적 설명으로 흐르기 쉬운 130분 분량의 긴 연극을 살려낸다. 브레이크 없는 탐욕이 가짜를 진짜처럼 위장하는 세상이란 이토록 위험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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