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엉성한 스토리·단순한 캐릭터… CD가 낫겠네

입력 : 2014.04.22 00:50

태양왕

커튼콜은 볼만했다. 그런데 그걸 기다리려면 2시간 반이 걸린다는 게 함정이었다. 유럽 절대왕정의 상징인 루이 14세를 주인공으로 한 프랑스 뮤지컬로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던 '태양왕'은 한마디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

우선 스토리. 웬만한 한국 막장 드라마도 이보다는 내러티브가 탄탄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엉성했다. 추기경 마자랭은 루이 14세의 말 한마디로 '그냥' 인사조치되고, 흑마술을 동원한 몽테스팡 부인의 음모는 '갑자기' 밝혀진다.

뮤지컬‘태양왕’에서 루이 14세(신성록)가‘왕이 되리라’를 부르는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태양왕’에서 루이 14세(신성록)가‘왕이 되리라’를 부르는 장면.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캐릭터의 선악(善惡) 구조는 디즈니 만화보다 더 단순했다. 절대 왕정 확립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마자랭은 철저한 악역일 뿐이다. "국왕 폐하께서는 반드시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 주실 거예요"라는 대사에서처럼 루이 14세는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위대한 군주'로 설정되지만, 그의 정책과 업적은 전혀 드러나지 않은 채 세 여인과의 사랑을 나열하는 것이 사실상 줄거리의 전부다.

현대무용과 팝핀댄스, 재즈 풍의 무용 등 시대를 초월한 안무는 극의 내용과 별로 어울리지 않았다. 안재욱과 신성록이 더블 캐스팅된 주인공의 가창력은 더욱 문제였다. 큰 병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안재욱은 그렇다 치더라도, 신성록은 노래방에서 반주기 여자 키를 잘못 누른 사람이 고음에서 헤매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음악은 감미로웠으나, VIP석 2인 기준 표 값의 13분의 1 가격인 CD를 사는 편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마파크 쇼' 같은 공연을 155분 동안이나 봐야 한다는 건 지나친 고역이다.

▷6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02)6391-6333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