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문화축전, 가을로 연기… 안산시는 지역축제 모두 취소
예능과 드라마, 줄줄이 결방… 가요계는 사인회·컴백 미뤄
16일 밤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 참여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엘가의 수수께끼변주곡 중 '님로드'를 앙코르곡으로 연주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과 그 가족을 위로하고 생존자 구조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선곡이었다. '님로드'는 다이애나 왕세자빈 장례식을 비롯, 추모곡으로 널리 쓰이는 작품이다. '세월호 침몰'의 희생자 수가 점점 늘어나자, 공연 및 문화행사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웃고 떠드는 흥취(興趣)를 자제하자는 분위기다.
◇축제·제작발표회 취소·연기
'행사 취소' 행렬은 민·관 구분이 없었다. 문화재청은 다음 달 2일 종묘와 4대궁, 광화문 등에서 열릴 예정이던 궁중문화축전을 가을로 연기했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역시 18일 전통혼례 재현 행사의 시작일을 일주일 연기했다. 특히 '세월호 침몰'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안산시는 19일 대부바다향기 튤립축제와 5월 3일부터 3일간 열 예정이었던 국제거리극 축제 등을 모두 취소했다.

영화·방송·음악·뮤지컬계도 마찬가지다. 영화 '인간중독'은 17일 예정됐던 제작발표회를 연기했고, 더빙을 맡은 가수 임시완·써니가 참석하기로 한 애니메이션 '리오2'의 VIP 시사회 사전 행사도 미뤄졌다. 18일 예정됐던 류승룡 주연의 영화 '표적'의 쇼케이스, 가수 보아의 할리우드 진출작 '메이크 유어 무브' 프로모션 인터뷰도 모두 연기됐다.
뮤지컬 '풀하우스'는 18일 진행 예정이었던 프레스콜 행사를 취소했고, 애초 18일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기로 했던 가수 양희은·박정현을 비롯해 블락비, 에이핑크, 크레용팝, 엑소 등 아이돌그룹도 음원 발매 일정이나 팬미팅·사인회·인터뷰 일정 등을 모두 미루고 애도를 표했다.
◇드라마·예능 줄줄이 결방
지상파 TV 3사도 주요 드라마·예능 프로를 결방하는 등 웃음기를 걷어냈다. 17일 지상파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결방됐고, 이번 주 '전국노래자랑'이나 '개그콘서트' 등 음악·코미디 프로 역시 방송되지 않을 예정이다. KBS는 17일 방영 예정이었던 예능 '해피투게더3'와 '밥상의 신', 일일극 '사랑은 노래를 타고'의 결방을 확정지었다. 18·21일 예정됐던 주말극 '참 좋은 시절' 기자간담회와 월화극 '빅맨'의 제작발표회도 연기됐다. SBS는 17일 예정돼 있던 새 주말드라마 '기분좋은 날' 제작발표회를 취소했고, MBC는 강호동이 진행하는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별바라기' 첫 방송 결방을 결정했다.
라디오 선곡도 달라졌다. 이날 방송된 라디오 프로에서 흘러나온 노래 대부분이 캐나다 가수 마이클 부블레의 '홈(Home)'이나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 이승환의 '가족' 등 사고 피해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의미를 담은 곡이었다. MBC 라디오 '전현무의 굿모닝FM' 이한재 PD는 "17일 첫 곡이 마이클 잭슨의 '유 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이었다.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을 향한 응원 메시지"라면서 "라디오는 TV보다 더 감성적인 매체인 만큼 선곡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잇따라 '행사 연기·축소'
휘슬러코리아는 17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수익금 일부를 싱글맘 후원에 쓰는 캠페인 시작 행사를 열 계획이었으나, 예정됐던 배우 전지현 방문 등은 취소하고 행사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세일 행사를 진행 중인 롯데백화점은 모델이 신나게 뛰는 모습을 담은 광고를 다른 내용으로 바꾸기로 했다. 창사 30주년 대규모 고객 사은 행사를 진행 중인 SK텔레콤은 이벤트 분위기를 최대한 차분하게 바꾸고, TV로 방영되던 상품 광고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드라마 '불꽃속으로' 한 주 연기]
18일 첫 방송을 내보내려던 TV조선 특별기획드라마 '불꽃속으로'도 방송을 한 주 연기했다.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여객선 침몰 사건으로 전 국민이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고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위기라는 것을 감안한 결정이다.
TV조선 관계자는 "'불꽃속으로'뿐 아니라 18일 방송 예정이던 예능 프로그램 모두 미뤄졌다"며 "TV조선 제작진과 출연진도 희생자들에 대해 조의를 표하고 실종자들의 귀환을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불꽃속으로' 첫 회는 25일 밤 11시 방송된다. '불꽃속으로'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위해 종합제철소를 건설하려는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삶과 열정을 그린 드라마다.